인도네시아 꺾고 16강 오른 일본, 클린스만호와 만날까
[심재철 기자]
D조 2위로 조별리그 일정을 끝낸 일본이 도하 하늘로 차올린 공은 이제 E조의 한국 벤치로 넘어왔다고 봐야 한다. 아시안컵 일본 축구 역사상 36년만에 조별리그 패배 기록을 남긴 일본 팀은 16강 게임을 대비하는 것처럼 줄곧 인도네시아 측면이나 수비 라인 뒤쪽 공간을 노렸고 거기서 완승 발판을 놓았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일본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4일(수) 오후 8시 30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D조 세 번째 게임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3-1로 물리치고 조 2위 자격으로 16강에 올라 E조 1위 팀과 만나게 됐다.
일본의 두 번째 골, 반복된 측면 역습 패턴 주목해야
이라크에게 발목을 잡힌 일본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게임 시작 후 2분도 안 되어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인도네시아 수비수 조르지 아맛이 일본 공격수 우에다 아야세를 뒤에서 노골적으로 잡는 순간을 VAR 시스템 카메라가 놓칠 리 없었다.
카미스 모하메드 알 마리(카타르) 주심은 파울 순간을 그냥 넘어갔지만 이후 아웃 오브 플레이 상황에서 온 필드 리뷰 절차를 거쳐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이다. 이 기회를 우에다 아야세가 정확한 오른발 인사이드 킥(6분)으로 차 넣었다. 인도네시아 골키퍼 에르난도 아리가 자기 왼쪽으로 몸 날려 방향을 읽었지만 막아낼 수 없는 킥 속도였다.
일본이 추가골을 터뜨리기 위해 인도네시아 수비라인 뒤쪽 공간을 본격적으로 노리기 시작했다. 35분에 쿠보 다케후사, 마이쿠마 세이야가 만든 오른쪽 끝줄 앞 기회에서 나카무라 케이토의 왼발 슛이 빈 골문으로 빨려들어갈 것처럼 보였지만 인도네시아 골문 왼쪽 기둥 하단을 때리고 굴러나왔다.
이렇게 상대 수비라인 측면 뒤쪽 공간, 양쪽 끝줄 바로 앞 공간을 노리는 일본의 공격 패턴은 후반전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52분에 우에다 아야세가 오른발로 밀어넣은 추가골도 왼쪽 측면 공간을 정확하게 파고든 역습 전개가 일품이었다. 도안 리츠와 나카무라 케이토의 2:1 패스 타이밍이 일품이었고 나카무라 케이토의 낮게 깔린 얼리 크로스가 쿠보 다케후사를 그대로 통과하여 반대쪽으로 흘러 빈 골문을 만든 것이다.
일본은 64분에도 52분 추가골과 거의 흡사한 패턴으로 또 하나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나카야마 유타의 왼 끝줄 크로스가 이번에는 높이 날아갔고 반대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도안 리츠의 헤더 슛이 들어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골 라인 위를 지키고 있던 인도네시아 미드필더 저스틴 허브너가 이마로 걷어냈다.
88분에 일본이 넣은 세 번째 골은 오른쪽 옆줄을 따라 전개하는 역습 패스가 돋보였다. 일본이 얼마나 측면 역습을 즐기는지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후반 교체 선수 이토 준야가 열어낸 오른쪽 측면 수비 뒤쪽 공간은 너무도 넓었고, 빠른 타이밍으로 밀어준 컷 백 크로스를 우에다 아야세가 받아서 해트트릭을 노렸다. 그런데 우에다 아야세의 오른발을 떠난 공이 인도네시아 수비형 미드필더 저스틴 허브너의 왼발 끝에 맞고 방향이 바뀌어 크로스바 하단을 스치며 들어간 것이다.
3실점 완패 위기에 놓인 인도네시아는 체격 조건 좋은 수비수 엘칸 바고트를 교체 선수로 들여보내 타깃형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겼고 후반 추가 시간 1분만에 그 효과로 따라붙는 골을 하나 만들어냈다. 이번에 수원 FC 유니폼을 새로 입게 된 왼쪽 윙백 프라타마 아르한이 왼쪽 옆줄 밖에서 던진 롱 스로인이 일본 골문 앞을 위협했고 세컨드 볼을 노리고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슛을 시도한 수비수 샌디 월쉬의 골이 들어간 것이다. 슛 각도나 강도가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었지만 일본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은 당황한 나머지 그 공을 쳐내지 못했다.
이렇게 D조 최종 순위가 결정되어 2위를 차지한 일본은 오는 31일(수) 오후 8시 30분 같은 장소인 알 투마마 스타디움(도하)에서 E조 1위와 만나서 16강 게임을 뛸 수 있게 됐다.
실력차가 분명히 드러난 게임이었지만 일본이 공들여 준비한 측면 역습 패턴 플레이로 인도네시아 수비라인을 무너뜨린 것을 눈 여겨 봐야 한다. 하루 뒤 말레이시아와의 게임을 통해 E조 1위로 조별리그를 끝낼 수도 있는 한국 입장에서 측면 수비 자원으로 데려온 선수들 중에 몸 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세 선수(이기제, 김진수, 김태환) 빼고 설영우 혼자만 남은 것을 감안하면 16강 상대를 선택하는 데 있어 고민이 된다.
일본 공격의 최대 장점을 이렇게 확인하고도 양쪽 수비 구멍이 생긴 클린스만호가 E조 1위 자리를 그대로 노릴 것인지, 아니면 요르단과의 골 득실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E조 2위로 올라가 F조 1위가 유력한 사우디 아라비아를 만날 것인지는 전적으로 클린스만 감독과 우리 선수들의 마음속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2023 AFC 아시안컵 D조 결과
(1월 24일 오후 8시 30분, 알 투마마 스타디움 - 도하)
★ 일본 3-1 인도네시아 [골-도움 기록 : 우에다 아야세(6분,PK), 우에다 아야세(52분,도움-도안 리츠), 저스틴 허브너(88분,자책골) / 샌디 월쉬(90+1분)]
◇ 일본 선수들(4-2-3-1 포메이션)
FW : 우에다 아야세
AMF : 나카무라 케이토(69분↔마에다 다이젠), 쿠보 다케후사(82분↔사노 가이슈), 도안 리츠(86분↔이토 준야)
DMF : 하타테 레오(69분↔미나미노 다쿠미), 엔도 와타루
DF : 나카야마 유타, 마치다 코기, 토미야스 다케히로(82분↔와타나베 츠요시), 마이쿠마 세이야
GK : 스즈키 자이온
◇ 인도네시아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마르셀리노 페르디난, 라파엘 스트루이크(89분↔리키 캄부아야), 마우라나 비크리(73분↔엘칸 바고트)
MF : 프라타마 아르한, 저스틴 허브너, 이바르 제너, 야콥 사유리(54분↔위탄 술라에만)
DF : 샌디 월쉬, 조르디 아맛, 리츠키 리드호
GK : 에르난도 아리
◇ D조 최종 순위
1 이라크 9점 3승 8득점 4실점 +4
2 일본 6점 2승 1패 8득점 5실점 +3
3 인도네시아 3점 1승 2패 3득점 6실점 -3
4 베트남 0점 3패 4득점 8실점 -4
◇ 16강 대진표(1월 24일 현재)
이라크 - EF조 3위 (1월 29일 오후 8시 30분,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E조 1위 - 일본 (1월 31일 오후 8시 30분, 알 투마마 스타디움)
F조 1위 - E조 2위 (1월 31일 오전 1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이란 - 시리아 (2월 1일 오전 1시,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
타지키스탄 - 아랍에미리트 (1월 29일 오전 1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카타르 - CDE조 3위 (1월 30일 오전 1시, 알 바이트 스타디움)
호주 - CD조 3위 (1월 28일 오후 8시 30분,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우즈베키스탄 - F조 2위 (1월 30일 오후 8시 30분, 알 자누브 스타디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세계가 외면한 윤 대통령의 꼼수, 외신의 족집게 비판
- [단독] 대통령실 출신 후보, 퇴직 전 지역민 초청 '윤석열 시계' 선물
- 교실서 스마트폰 수거 말라? 인권위, 학교 현실 너무 모른다
- 민주당, 선거제 놓고 갈팡질팡... 서울 의원들 우려
- 외국어는 '노 잉글리시', 돈은 '마통'... 74살 할머니의 도전
- '김건희 명품백' 어설픈 설명으로 넘어갈 생각 말라
- 남편이 송금한 580만 원, 그냥 돈이 아니었네요
- 조선시대의 '강남좌파'... 잡혀갈 때도 남달랐다
- 한국엔 왜 이게 없을까... 세계인을 매료시킨 도시의 비결
- "윤 대통령 만난 서천 화재피해 상인은 나 하나...10초 대화 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