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되살아난 광개토왕비…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실 2배 확장

김희윤 2024. 1.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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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 간담회
광개토왕비 재현 영상·원형 탁본 공개
'이건희 컬렉션' 내년부터 미국·유럽 순회展

고구려 멸망 후 존재가 잊혔다가 19세기부터 연구가 시작되며 국내에 존재가 알려진 광개토왕비가 디지털로 재현돼 우뚝 섰다.

2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역사의 길'에 디지털로 재현한 광개토대왕릉비가 전시돼 있다. 박물관에서 새롭게 태어난 비석은 중국 지안(集安)에 있는 유물 모습 그대로로 높이 7.5m(받침대 포함 시 8m), 너비 2.6m 크기의 발광다이오드(LED) 기둥에는 사진과 영상 자료를 토대로 구현한 비석 모습을 각 면에서 볼 수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상설전시관 로비와 전시실 사이로 이어진 '역사의 길'에 디지털로 재현한 광개토왕비 영상과 원석(原石) 탁본 복원 자료를 선보인다고 24일 밝혔다. 이를 계기로 박물관은 올해 선사고대관을 전편 개편하고 고구려 콘텐츠를 강화할 계획이다.

광개토왕비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비석으로 4∼5세기 고구려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광개토왕(재위 391∼412)의 아들인 장수왕(재위 413∼491)이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414년께 세운 비석이다.

비석은 최대 높이 6.39m의 돌 4면에 총 1775자가 새겨져 있다. 여기에는 고구려 건국 신화와 왕의 즉위, 광개토왕의 업적, 왕의 무덤을 관리하는 규정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디지털로 상영하는 비석은 중국 지린성 퉁화시(吉林省通化市)에 있는 실물 모습을 그대로 구현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신년 업무계획을 밝히는 간담회에서 “삼국역사 중에 현재 국경 바깥에 있어 우리 국경 바깥에서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대표적인 곳이 광개토대왕릉비”라면서 “지난해 원석 탁본을 구매한 것을 계기로 ‘역사의 길’에 디지털 복원을 추진했다”고 전시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윤 관장은 "우리 고대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이 비석"이라며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한 이래 박물관이 추진하고 싶었던 과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2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역사의 길'에 광개토왕비 원석 탁본을 디지털로 복원한 족자가 걸려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박물관은 이날 디지털로 재현한 비석과 함께 원석 탁본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원석 탁본은 비문에 석회가 칠해지기 이전에 뜬 탁본으로,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석회 탁본 대비 연구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은 한·중·일 등에 120여종 전해지고 있다. 무분별한 석회 탁본이 행해지기 전의 원석 탁본은 18종뿐이며 현재 국내엔 3종만 전해진다.

박물관은 지난해 한학자 청명(靑溟) 임창순(1914∼1999) 선생이 소장했던 원석 탁본첩인 '청명본(本)'을 구입해 보존 처리한 뒤 고구려실에서 처음 공개했다. 청명본은 1889년 리윈충(李雲從)이 탁본한 것을 3글자씩 잘라 붙여 마치 책처럼 만든 형태다. 총 4책으로 구성된 자료는 탁본 과정을 담은 발문(跋文)이 있어 연구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물관은 지난해 청명본을 유족으로부터 구매한 뒤 일부 훼손되고 빠진 글자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등 다른 기관 소장본과 대조해 보완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각 1개면씩 비문을 원본 크기대로 프린트한 대형 족자(총 4개)도 이날 역사의 길에 공개했다. 청명본 역시 고구려실에 이날부터 상설전시된다.

류정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최근 학계 연구를 볼 때 규장각본은 청명본의 일부가 분리된 것으로 여겨지며, 일본 자료 역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인물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왼쪽 두번째)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업무 계획 등을 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탁본 공개와 함께 박물관은 향후 고구려 역사·문화 콘텐츠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먼저 선사·고대관이 시작하는 구석기실부터 고구려실까지 약 1613㎡(약 488평) 규모의 전시 공간을 새롭게 단장한다. 선사·고대관 내 여러 전시실을 한 번에 개편하는 건 2005년 용산 이전 후 처음이다. 박물관은 소장 황해도 장무이묘(고구려 무덤) 출토품 조사 등 연구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고구려 역사와 문화를 다룬 '고구려실'은 기존 규모의 2배 가까이 확장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말 박물관이 선사·고대관을 관람한 만 15세 이상 남녀 21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람객의 절반 이상(51.2%)은 가장 흥미로운 전시실로 고구려실을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고구려실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한 관람객들은 '유물 상당수가 다른 지역에 있어 전시된 유물이 많지 않았다', '자료가 적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고구려실에 광개토왕비 원석 탁본이 전시돼 있다. 원석 탁본은 비문에 석회가 칠해지기 이전에 뜬 탁본으로, 한학자 청명(靑溟) 임창순(1914∼1999)이 소장했던 자료를 지난해 박물관이 구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구려실 확장이 중국의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을 의식한 것이냐는 질문에 윤 관장은 "그보다는 10~12년 단위로 이뤄지는 상설관 개편 및 탁본 확보가 제일 큰 배경"이라며 "그간 학계에서 나온 연구·조사 성과를 반영해 콘텐츠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고, 시간적 흐름에 따라 역사를 직관적으로 조망하도록 전시 공간을 짜임새 있게 개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관장은 이날 주요 유물 선별을 통한 지역 순회 전시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는 지난해 소속 지역박물관 통합 관객 1000만명 돌파가 계기가 됐다. 전시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 찾아가는 전시’라는 모토로 ‘금관’, ‘기마인물형토기’, ‘상감청자’, ‘백자 달항아리’ 등 총 6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조선 외규장각 의궤를 위한 전용 전시 공간도 마련한다. 의궤는 왕실의 의식과 행사 절차를 기록한 일종의 보고서로 그중 외규장각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로 반출됐다. 현재 프랑스로부터 영구 임대 형식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또한 박물관은 ▲장애인 등 문화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 강화 ▲학예인력 전문교육 확대 ▲인구소멸 위험지역 찾아가는 전시 등 5대 역점과제를 발표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올해 제주와 춘천 전시에 이어 내년부터 국외 전시가 예정돼있다. 내년 11월 미국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시작으로 2026년 3월 시카고박물관, 같은 해 9월 영국박물관에서 특별 순회전시를 이어간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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