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사위 채용 뒤, 이상직 라이벌 탈락…檢, 공천 파헤친다

정진우, 허정원 2024. 1. 25.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인사하는 당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후보.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44)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20년 총선 당시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천 과정의 절차적·법적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서씨 채용과 이 전 의원의 민주당 후보 공천 사이에 대가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타이이스타젯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지목된 회사로 2018년 8월 항공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서씨를 전무이사로 채용했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을 수사중인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이승학)는 이 전 의원이 서씨를 채용한 것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서씨 채용 직전인 같은 해 3월 이 전 의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고, 2년 뒤 21대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전북 전주을 경선에서 패배해 공천에서 탈락한 이 의원으로선 당내 경선 승리를 통한 공천장 확보가 국회의원 당선의 핵심 관문이었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원이 총선 출마 등 향후 자신의 정치 행보에서 문 전 대통령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기 위해 서씨에 대한 특혜성 채용을 지시했다는 게 검찰이 의심하는 지점이다.


‘사위 취업’과 ‘이상직 공천’의 대가관계 수사


사진은 2019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자격으로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하는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실제 이 전 의원은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지 10개월 만인 2019년 1월부터 총 3차례에 걸쳐 본인 명의의 선물(전통주)과 책을 지역구 유력 인사 등 총 377명에게 제공하는 등 지역구 관리 활동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 전북선거관리위원회 조사를 거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곧장 이 전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 전 의원은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도 총선 출마를 위해 2019년 말 출판기념회를 연 후 이듬해 1월 7일 중진공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임명권자였던 문 전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했다.

이후 벌어진 21대 총선 전주을 민주당 경선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은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유력한 경쟁자였던 최형재 예비후보가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의해 컷오프(경선 배제)되면서 이 전 의원의 공천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최 후보는 2016년 총선 경선에서 이 전 의원을 꺾고 본선에 출마해 당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에게 111표 차로 석패했었다.


유력 경쟁후보 컷오프에 경선 최다 득표 승리


2020년 2월 당시 최형재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이에 21대 총선 전주을 지역구의 당내 경선 역시 이 전 의원과 최 후보의 2파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최 후보의 컷오프로 이같은 경쟁 구도 자체가 깨졌고, 이 전 의원은 이후 경선에서 전국 최대 득표(권리당원 약 70%, 시민여론조사경선 약 64%)를 기록하며 손쉽게 공천을 확정지었다. 검찰은 이같은 이 전 의원의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와 당 차원의 조직적인 ‘이상직 밀어주기’가 있었는지를 확인 중이다.

이와 관련 최 후보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6년 총선 패배 이후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지역구를 꾸준히 관리해 왔고 당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는데 별안간 컷오프 소식이 들려 정말 황당한 마음 뿐이었다”며 “컷오프 이유만이라도 확인을 하고 싶었는데 ‘사유 비공개’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반면에 이 전 의원 변호인 측은 “2018년 서씨 취업을 2년 뒤 공천과 연결짓는 건 억측에 불과하다. 사실무근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진공 이사장 내정' 의혹, 인사비서관 소환조사


김우호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은 지난 23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이상직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과정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사진은 2021년 10월 인사혁신처장 자격으로 국회 행안위 국감에 출석한 김 전 비서관. 뉴시스
검찰은 2018년 3월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조직적인 지시·개입이 있었는지도 수사 중이다. 지난 23일엔 김우호 전 청와대 인서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중진공 이사장직은 응모한 후보들에 대해 중진공 임원추천위원회가 무순위로 복수 후보를 추천하고, 이 중 한 명을 중기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하지만 검찰은 중진공 이사장 공모가 시작되기도 전에 청와대가 이 전 의원을 이사장에 내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