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나이키 27년 만의 이별…그 발단은 ‘아웃솔 분실’ 사건
골프황제-나이키, 인연과 결별
■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 인생을 골프에 비유합니다. 골프엔 수많은 이야기가 응축돼 있기 때문입니다. 골프에는 완벽함이 없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인 심리학자 스콧 펙은 “골프는 육체적·정신적·영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는 연습”이라고 했습니다. 골프 인사이드는 이처럼 불완전한 게임을 하는 완벽하지 못한 골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전체 연재 콘텐트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인 The JoongAng Plus에서 볼 수 있습니다.
」
2000년 5월 16일 오전 9시.
독일 함부르크 인근 구트 카덴 골프클럽에 궂은비가 내렸다. 비 때문에 아무도 없는 골프장에서 타이거 우즈와 그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두 명의 남자와 조용히 접선했다. 한 명은 당시 나이키의 스포츠 마케팅 글로벌 디렉터인 켈 데블린, 또 한 명은 일본 브리지스톤 골프에서 볼을 만드는 록 이시이였다.
우즈는 전날 미국에서 독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면서 데블린에게 “나이키의 새 볼을 써볼 테니 내일 오전 9시에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이 열리는 함부르크 대회장으로 가져오라”고 했다.
일정상으로는 거의 불가능했다. 데블린은 나이키 본사가 있는 미국 오리건주에 있었고, 골프볼은 일본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일본 브리지스톤을 통해 새로운 볼을 만들고 있었다. 나이키 골프 사장 밥 우드는 당시로서는 나이키 직원도 아니었던 볼 제작자 록 이시이의 새벽잠을 깨웠다. 이시이는 15분 만에 짐을 싸서 나와 공장에 들러 볼을 가지고 독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볼을 받은 우즈는 비바람 속에서 탄도를 점검한 후 나이키 로고를 단 '투어 어큐러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즈는 이 볼로 2000년 US오픈에서 2001년 마스터스까지 4연속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타이거슬램을 달성했다. 이 내용이 담긴 전기 『타이거 우즈』의 저자 제프 베네딕트는 “타이거 우즈는 변명이 아니라 결과를 원했다”고 썼다.
타이거 우즈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27년 동행이 최근 끝났다. 1984년부터 골프화와 의류를 만들던 나이키는 1996년 우즈의 프로 전향과 함께 골프 시장에 들어갔다. 사실상 우즈 한 명을 보고 골프에 뛰어들어 갔다. 우즈는 옷과 모자에 나이키 로고만 박았다.
2009년 섹스 스캔들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나이키는 타이거를 지켜줬다. 허리가 아플 때도, 칩샷 입스에 걸렸을 때도 나이키는 우즈 곁을 떠나지 않았다. 나이키는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한다.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고 은퇴한 미셸 위와도 아직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왜 나이키는 간판인 우즈와 헤어졌을까.
아디다스는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해 골프 시장에 들어왔지만, 나이키는 직접 골프 용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골프는 보수적이고 진입장벽이 높다. 골프 용품에는 1000개가 넘는 특허가 걸려 있다. 후발주자인 나이키가 특허권을 피해 제품을 개발하는 게 만만치 않다. 골퍼들도 보수적이다. 기존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 이 적대적인 용품 시장에서 나이키는 2013년 8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타이거 우즈가 쓰면 골퍼들은 따라 썼다.
그러나 우즈가 도움이 안 될 때도 있었다. 2006년 나온 나이키 사각 드라이버는 혁신적인 상품이었는데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타이거 우즈가 “공이 너무 똑바로 가 휘어치기 어렵다”면서 이걸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2016년 의류·신발만 놔두고 용품 사업을 접었다. 2013년부터 매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그해부터 우즈의 허리가 아팠다. 우즈가 잘하면 잘 팔렸고, 못 하면 안 팔렸다. 결과적으로 나이키 골프는 우즈라는 선수의 종속적 존재였다.
우즈는 허리 부상과 교통사고 등으로 2014년부터 10년간 3승에 그쳤다. 최근 3년간 출전한 공식 대회는 8개뿐이다. 나이키에선 우즈가 돈 값을 못한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다. 반대로 우즈 측에서는 나이키가 TW를 제대로 마케팅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우즈는 2022년 마스터스에 나이키가 아니라 풋조이를 신고 나왔다. 2021년 교통사고를 당해 발이 아픈 데다 언덕이 많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경기하기에 나이키 신발은 불편하다는 거였다. 스포츠마케팅 업계에서는 이 일이 양쪽이 갈라선 결정적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우즈와 나이키가 갈라선 결정적 이유를 골프 관계자들은 '아웃솔' 이라고 본다. 우즈는 2021년 교통사고를 당한 후 오른쪽 발 모양이 크게 달라졌다. 인간의 발에는 24개 뼈가 있는데 그중 20개가 부러졌다.
우즈는 특별한 신발이 필요해 달라진 발 모양을 뜬 아웃솔을 보냈는데 나이키에서 그걸 잃어버렸다고 알려졌다. 나이키가 일부러 아웃솔을 분실한 건 아닐 테지만 골프 황제 우즈의 물건을 이전처럼 세심하게 챙기지 않았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우즈가 풋조이를 신은 건 나이키에 어퍼컷을 날린 것이다. 지난해 말 가족이 함께 참가하는 PNC 대회에선 우즈와 그의 아들 모두 풋조이를 신었다. 우즈는 변명이 아니라 결과를 원하는 선수다. 그 발단은 아웃솔이었다.
나이키와 결별한 우즈는 테일러메이드가 만드는 신규 의류 브랜드 ‘선데이 레드(Sunday Red)’를 입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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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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