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경율·우동혁' 친한계 부상…친윤과의 충돌, 더 센 게 온다

김효성, 조수진 2024. 1.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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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당직자와 인사하기 위해 당 사무처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봉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민생 행보를 재개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운동권 세력에게 죄송한 마음이 전혀 없지만 지금의 여러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실제로 매우 크다”며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고도성장기가 끝난 시대에 청년들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악전고투하는 대한민국 청년을 돕는 정치를 만들고 실천하려 하고 있다”며 “(‘1000원의 아침밥’ 사업) 지원액을 대폭 늘리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000원의 아침밥’은 정부·학생이 각각 1000원을 내면, 나머지 비용을 학교가 부담하는 사업으로 대학생 표심을 얻기 위한 정책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엔 여의도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국민의힘 당사를 차례로 돌며 당직자들을 만났다. 당직자들이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의 후드 집업을 선물하자 “제가 더 잘하겠다. 4월 10일에 꼭 이겨보자”고 했고, 몰려든 당직자들과 일일이 셀카를 찍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정 충돌로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한 위원장이 분위기 다잡기에 나선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21일 돌출한 용산 대통령실과의 충돌을 마무리짓고, 한 위원장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모습이지만 여권엔 여전히 불안감이 흐른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잠시 냉각기를 가진 것일 뿐”이라며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은 작지 않다”고 내다봤다.


①부상한 친한계, 친윤과 충돌하나


여권에서는 “이번 갈등 국면에서 친한(親韓)계가 급부상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들이 한 위원장을 대신해 친윤계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파고들어 이번 충돌의 발화점으로 지목된 김경율 비대위원뿐 아니라 장동혁 사무총장도 도드라진 모습이었다. 장 총장은 친윤계 이용 의원이 지난 21일 의원 단체 채팅방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지지를 철회했다’는 기사를 공유하자 다음날 KBS 라디오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정조준하는 등 적극 방어에 나섰다.
친한계 인사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왼쪽)과 김경율 비대위원. 연합뉴스


‘한동훈의 사람들’을 한 위원장도 적극 방어하는 모양새다. 그는 24일 국회 출근길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이 사퇴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전날 충남 서천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윤 대통령과 함께 특별열차를 탔을 때도 김형동 비서실장뿐 아니라 장 총장을 대동했다. 당내에서 “한 위원장에게는 ‘좌(左)경율, 우(右)동혁’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신뢰를 얻은 두 사람이 한 위원장을 대신해 친윤계와 다시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이미 공천관리위원회 주변에선 “장 총장과 친윤계 이철규 의원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당 지도부 인사는 “공천 과정에서 한 위원장을 대변하는 친한계와 대통령실의 의중을 반영하려는 친윤계가 힘겨루기 나서면 갈등이 재점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②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2월 국회 때 재표결될 가능성이 큰 ‘김건희 특검법’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그간 특검법 문제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주도했는데, 한 위원장이 이 문제에 관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 여사는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15일 귀국 후 현재까지 공개일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은 국회법 112조 5항에 따라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그런 만큼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 구조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183명, 국민의힘 의원 113명과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의원 2명 등 115명 등 298명이 모두 본회의장에 들어가 재표결에 참여할 경우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199표 이상이 가결 정족수가 된다. 야권에서 모두 찬성표를 던져도 가결까지는 16표가 모자란 것이다.

문제는 무기명 투표의 성격상 누가 어떤 표를 던졌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민주당은 재표결 시점을 최대한 늦춰 공천에서 배제된 국민의힘 의원의 찬성을 기대하고, 국민의힘은 공천을 최대한 늦춰 찬성으로 이탈하는 소속 의원을 막으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이탈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이 ‘당론 부결’ 방침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당론은 특검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김 여사 옹호’로 보일 수 있어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게 맹점이다. 이 때문에 김건희 리스크를 털어내야 하는 한 위원장 입장에선 당론 방침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전히 특검법에 강경한 대통령실로선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이다. 나아가 당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와 별개로 특별감찰관 후보의 국회 추천 절차를 개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차별화 전략을 모색할수록 용산과의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③‘전략공천 50곳’ 큰 뇌관


지난 23일 공관위는 지역구 253곳 중 최대 50곳을 우선추천지역(전략공천지역)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 공천 배제 지역 ▶최근 3회 연속 패배 지역 등이 대상이지만 “공관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지역을 추가할 수 있는 만큼 50곳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전직 당협위원장은 “역대 총선마다 늘 갈등이 폭발한 게 전략공천이었다”며 “용산 출신을 더 넣으려는 대통령실과 그걸 막으려는 한 위원장 측 사이에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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