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한국 주식 저평가 해법은

권기석 2024. 1. 2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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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세계 증시의 풍경이 극과 극이다.

중국에서 이탈한 자금은 한국 시장 대신 미국과 일본, 인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국내에선 증시 부진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의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가 다시 소환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증시 개장 첫날 한국거래소를 찾아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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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경제부장


연초 세계 증시의 풍경이 극과 극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인공지능(AI)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 증시도 1990년대 거품경제 이후 가장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반면 중국의 주가지수는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중국에서 이탈한 자금은 한국 시장 대신 미국과 일본, 인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국내에선 증시 부진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의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가 다시 소환됐다. 결국 우리 내부의 문제가 주가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런 상황이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정부 메시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증시 개장 첫날 한국거래소를 찾아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17일 민생토론회에서도 “과도한 세제를 개혁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관련 정책도 잇따라 내놨다.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완화한 데 이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뜻을 밝혔고, 대주주 입장에서 주가가 너무 오르면 가업 승계가 어려워진다며 상속세 완화 방침도 시사했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선심성이 다분하고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어쨌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일들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건드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경험 많은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 저평가의 핵심 원인을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에서 찾는다. 일반 주주의 권리와 가치보다 지배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상장사들의 행태에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나온 책 ‘주주 권리가 없는 나라’(박영옥·김규식 저)에 이런 사례가 자세히 나열돼 있다. 재벌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당 합병, 알짜 사업을 떼어 자회사를 만든 뒤 상장하는 물적분할,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 거래를 통한 이익 탈취 등이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기업의 사내유보금 비율과 유별나게 낮은 배당 성향도 한국 주식을 외면하게 한다.

일본은 10여년 전부터 ‘거버넌스 액션 프로그램’을 가동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했다.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주 입장에서 비용과 투자의 효율성을 따지게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일본 기업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에 몰려가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한국은 오랜 주주 홀대에 배신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되기 어려울 거란 얘기다.

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겉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관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회장 추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올들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무관치 않다. 정부 주도로 마련된 은행권의 2조원 ‘상생 금융’도 배당을 노리고 금융주를 산 투자자로선 속이 탈 일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23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성과급·배당에 사용하는 금융사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발언도 주주들로선 황당할 수 있다. 그는 작년 9월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한 투자설명회에서는 “배당과 주주 친화 방침에 관해 금융사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후 금융주는 큰 폭으로 올랐다.

권기석 경제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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