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업 직후 광동 프릭스 ‘업셋’ 이끈 ‘불’ 송선규를 만나다 [LCK]
‘불’ 송선규가 1군 데뷔전에서 단독 POG를 수상하며 ‘업셋’을 이끈 소감을 전했다.
광동 프릭스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리그 1라운드 KT 롤스터와의 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2대 1로 역전승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KT 롤스터는 지난 대회를 포함해 정규 시즌 17연승 달리고 있던 반면, 광동 프릭스는 12연패에 빠져있었다. 때문에 팬들은 KT 롤스터의 압승을 예측했다. KT 롤스터는 지난 디플러스 기아 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폼이 건재한 모습을 보였지만, 광동 프릭스는 선수 전원이 부진한 것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광동 프릭스는 모두의 예측을 깨고 업셋을 해냈다. 특히 이날 ‘태윤’ 김태윤 대신 출전한 챌린저스 리그(2군) 원거리 딜러 송선규가 그야말로 날뛰었다. 그는 이제 막 콜업됐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퍼포먼스로 단독 POG에 선정되는 등 매우 성공적인 LCK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후 쿠키뉴스를 만난 송선규는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세트 13연패를 끊어내고 서부 팀 상대로 첫 승리를 한 소감을 묻자 그는 “세트 패를 끊어냈다는 점에서 일단 기쁘다. 그리고 제가 챌린저스 리그에서 올라왔는데, 올라오자마자 단독 POG를 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웃어보였다.
송선규는 챌린저스 리그에서 베테랑으로 통한다. 그런 그가 1군에 데뷔해 ‘데프트’ 김혁규를 상대했다. 송선규는 “경기 전에 김혁규와 ‘베릴’ 조건희를 상대해야 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었는데 스스로 마음가짐을 ‘별 거 없다.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전했다.
아무리 자신감을 불어넣었어도 상대는 2022 월드 챔피언이다. 자신감의 원천을 묻는 질문에 송선규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라는 게임은 너무 생각을 많이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자신의 플레이, 의식의 흐름대로 하면 알아서 (결과가) 잘 나온다. 그냥 자신감만 잘 가질 수 있으면 된다”고 답했다.
광동 프릭스는 1세트에서 40분쯤 고전한 끝에 아쉽게 패배했다. 송선규는 “바텀 구도를 유리하게 잡았고 미드 정글에게도 힘이 갈 수 있었는데 ‘불독’ 이태영이 실수를 해서 조금 게임이 힘들어졌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이태영은 이후 2⋅3세트에서 훌륭한 스킬샷을 선보이며 캐리한 바 있다.
1세트가 끝난 뒤 선수단과 감독, 코치들은 어떤 대화를 나눴길래 2⋅3세트를 승리할 수 있었을까. 송선규는 “1세트 (피드백에서) 그냥 아깝다. 좀 아쉽게 졌다. 우리 실력 안 밀린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다. 2세트는 차분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돌아봤다.
광동 프릭스는 2세트에서 ‘진’과 ‘세나’를 픽해 원거리에서 함께 저격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송선규는 “연습 과정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연계가 정말 좋은 것 같다. ‘럼블’과 진의 연계가 난이도도 쉽고, 자리 잡을 때도 유용하다”고 조합을 평했다.
3세트, KT 롤스터 바텀 라이너들은 ‘드레이븐’과 ‘파이크’를 픽하고 ‘쌍날비’ 룬을 들었다. LoL을 잘 아는 이용자라면 얼핏 들어도 상대하기 살벌한 조합과 룬 선택이다. 다만 송선규는 “‘칼리스타’와 드레이븐 구도에 대해 정말 많이 연습했고 잘 안다고 자부한다. 일부러 드레이븐을 풀어주기도 했고, 드레이븐을 주더라도 자신 있게 할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고 밝혔다.
3년을 챌린저스 리그에서 뛰었던 송선규도 언젠가 1군에 올라올 거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었을까. 송선규는 “지난해 계약이 끝났었는데 대표님, 사무국장님이랑 이야기를 해보면서 1년 더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챌린저스 리그부터 차근차근 증명하면서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임했다”며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기존 1군 원거리 딜러였던 김태윤은 23일 챌린저스 리그로 내려가 경기를 소화했다. 송선규에게 앞으로도 1군에서 뛰게 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조치인지 물었다. 그는 “일종의 테스트라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아마 제가 증명해낸다면 계속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광동 프릭스는 이제 농심 레드포스와 겨룬다. 아직 송선규가 선발로 출전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는 “농심 레드포스는 바텀이 후반을 담당하는 팀이다. 제가 그 후반을 라인전에서 틀어막겠다는 마인드로 하겠다”고 해법마저 내놨다.
송선규는 “목표는 크게 잡는 게 좋다”며 “지금 멤버 그대로 월드 챔피언십 우승도 해보고 싶다. 너무 큰 꿈이지만 진짜 이뤄내고 싶다”고 벅찬듯 말했다.
그는 “제가 누군지 아마 잘 모르셨을 텐데 이번 경기로 뇌리에 꽂히셨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제부터 제 플레이 다 보여드리겠다. 기대해주셔도 좋다”고 팬들에게 포부를 드러냈다.
“자신감 있게 다 이겨보자.” 송선규는 카메라 앞에서 한 마디 각오를 다지고 씩씩하게 인터뷰룸을 나섰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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