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여당, 파국 막았지만 남은 불씨 해소할 대승적 해결을
공천은 당에 맡겨두고, 용산은 민생 전념 바람직
명품백 논란 역시 국민 납득할 수준 조치 필요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이틀 만에 수습 국면을 맞았다. 두 사람은 그제 충남 서천의 화재 현장을 같이 방문했고 귀경길 열차에도 함께했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께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을 70여 일 앞두고 충돌이 이어지면 공멸뿐이란 우려를 공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급한 불은 껐지만 갈등을 본질적으로 해소하는 건 두 사람에게 여전히 남은 과제다.
갈등의 핵심은 명품백 수수 논란 등 ‘김건희 여사 리스크’다. 하지만 대통령실 안팎에선 김 여사가 사과하면 “야당이 들개처럼 물어뜯을 것”이란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거론하며 김 여사의 사과를 촉구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를 놓고도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측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집권당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면 과도한 당무 개입이 아니냐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명품백 논란은 북한에 수차례 드나든 반정부 성향의 목사가 김 여사 부친과의 친분을 내세워 접근한 뒤 몰래카메라로 함정 취재를 한 데서 촉발됐으니 ‘불법 정치공작’이란 대통령실의 지적은 옳다. 그러나 명품백이 정상 외교나 공적 행사의 공식적 선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0%를 넘고 “표명할 필요 없다”는 의견은 20~30% 선인 여론조사가 잇따른 것도 이런 정서와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사과나 유감 표명, 또는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자초지종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또 제2부속실·특별감찰관 설치 등 리스크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 대통령 배우자도 공적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여론을 잠재우기 힘든 상황이다.
김경율 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비유는 거칠고 분명 적절치 않았다. 그러나 맥락을 보면 명품백 논란을 덮고 가선 총선은 필패라는 위기감에서 나온 발언으로 들리는 측면도 있다. 마침 김 위원도 거친 언행을 사과했으니 그의 거취는 당에 맡기고, 대통령실은 경제 살리기와 민생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공천은 대통령실도 밝혔듯이 당의 고유 권한 아닌가.
총선이 임박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속히 머리를 맞대 ‘김 여사 리스크’ 와 수직적 당정 관계를 해소할 대승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안 그러면 충돌이 언제든 재연돼, 여당의 총선 패배와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우려가 있다. 정권 교체를 이뤄낸 보수 지지층의 불안한 마음을 헤아려 어떻게든 난국을 헤쳐나갈 해법을 찾아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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