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만들기] 불안한 한반도 지정학적 상황…더 절실한 한·미·일 협력
한·일관계 연속 진단〈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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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우 전쟁 와중 북·러 밀착 가속
한·미·일 협력 지속 어려운 과제
일본, 역사 문제 여전히 소극적
일본의 전향적 자세 유도해야
」
정치개혁 요구로 일본 정국 요동
▶이주경 부산대 교수 발제 요약
현재 일본 정국의 향배를 좌우하는 키워드는 ‘정치 개혁’이다.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파장으로 사회 전반에서 정치 개혁 논의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앞서 당 요직에서 아베파가 배제·교체됐고 이후 총재 직속의 정치쇄신본부가 설치됐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계를 만든 건 다름 아닌 자민당이다. 자민당은 그간 중의원 해산 결정과 관저 주도 정치 등 수상(首相)의 권한과 리더십을 활용해 유권자의 정권 선택 가능성을 차단하는 정치를 해왔다. 기시다 내각은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시대에 대한 ‘총결산’ 작업을 지연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시대 정치를 사실상 계승하며 ‘아베 브랜드화’에 집중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또한 약체화해 대안 세력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신뢰를 회복할 수준의 정치 쇄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의 교체가 이뤄진다면 오는 3월 예산안 확정과 4월 미국 방문 이후가 될 수 있다. 차기 리더의 조건은 ‘탈(脫) 아베’, ‘탈 파벌’, ‘탈 기성 정치’의 청렴하고 참신한 이미지다. 이에 더해 정책 혁신 능력과 지방 장악력도 중요하다. 중의원 해산은 기시다 총리 재임 중에 이뤄지거나 혹은 새로운 총리 체제 하에서 6~9월 사이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일본 내 중론이다.
일본 정국은 요동치지만 기존 외교·안보 노선은 유지될 전망이다. 일본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높은 국가다. 파벌은 현재 정책 집단이라기보다 인맥 집단에 가깝다. 자민당 주도의 정치 구조가 형성된 ‘1955년 체제’ 당시 자민당 파벌 내에 자유주의와 현실주의 외교 정책에 대한 선호가 혼재했다면 지금은 파벌 모두가 보수·현실주의 성향으로 변화했다.
기시다 총리, 아베의 우산 못 벗어나
▶이원덕 국민대 교수=1955년 체제에서 파벌은 상당히 이념적 색채를 띠었고, 정책 노선이 파벌별로 차별화됐다. 그러나 최근엔 파벌 간 외교·안보 노선에 별 차이가 없고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요 파벌이 해체돼도 기본 성격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자민당 내 스캔들이 정권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최근 일본 내에선 차기 총리 후보로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상을 꼽는 의견도 상당하다고 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비자금 사건의 엄중함에 비해 기시다 내각의 대응이 미흡하다. 오히려 아베 전 총리 때는 당내 여론이 아래로부터 탄탄하고 촘촘하게 형성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과정이 보이지 않고 빈틈이 많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우산 아래를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플러스 알파(α)’를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대만 관련 사안 등에 있어 한·미·일 안보 협력의 틀을 활용하려는 의사는 내비치고 있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관저 정치의 시스템 속에서도 리더가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또 발제자가 ‘1955년 체제’ 당시와 현재의 자민당 파벌의 정책 선호 양상을 비교했는데 변화 과정에서 결정적 계기의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정적 계기로 변화가 이뤄졌다면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고, 반면 점진적 과정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한·미·일 협력 지속할 수 있어야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정부는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인 한·일 과거사 문제를 그간 행정적으로 대처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등 한·미·일 안보 협력도 정치적으로 매우 무거운 이슈다. 한·일 관계와 한·미·일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막막한 상황이다. 한국이 앞장서되 한·미·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특히 일본으로 하여금 설사 자국 내 여론이 호응하지 않더라도 지속 가능성 담보에 힘을 보태는 게 나을지 냉정히 득실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태평양전쟁 전범 도조 히데키와 전후 일본 재건의 주역 요시다 시게루의 공통점은 수상인데 외상을 겸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이렇게 외교를 중시하는 DNA가 있는 나라다. 일본이 외교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전환적 발상, 리더십의 용기와 결단력도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일 관계가 좋아졌지만 일본의 호응은 여전히 부족하다. 일본의 리더십에도 역동성, 유연성, 현실성이 더해져야 한다. 일본이 보다 더 움직여야 한다.
왜 협력해야 하는지 더 설득해야
▶조양현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장=파벌은 1955년 체제가 시작된 후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정치 개혁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았다. 일본 정치의 DNA에 새겨진 고질적 요인이다. 일본이 지금은 파벌 해체를 약속하지만, 아마 지금의 역풍이 지나가면 과거 정치 개혁이 그랬듯 파벌 구도가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국민적 자존심과 현실적 관계 개선 필요성 사이에 국론이 양분돼 있다. 지도자가 직접 왜 한국이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하는지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북·러 밀착이 가속화하며 그 여파가 한반도까지 미칠 줄 누가 예상했겠나. 또 중동에서도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현 지정학적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일은 힘을 합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다방면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한편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까지는 기시다 총리가 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파벌은 일본의 태생적인 요소로 사라지기 힘들다.
정치 불안에도 일본 국론 분열 없어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자민당의 현 정국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평균적인 여론은 비교적 덤덤한 편이다. 국론 분열은 없다. 역사는 ‘변화’(change)와 ‘연속성’(continuity)이라는 큰 틀에서 볼 수 있는데 일본은 연속성의 문화와 정치로 설명할 수 있다. 세계 주요국 중 왕조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당분간 자민당 중심의 일본 보수 정치의 기조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신각수 전 주일본대사=일본 정치에 있어 자민당의 위상이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사 (총리가) 바뀌더라도 자민당의 기본 노선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지난해 우리 외교의 가장 큰 성과인 한·일 관계 개선,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협력 업그레이드가 3국의 국내 정치 변수에 의해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성과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잘 관리하는 게 올해 과제다. 한국은 일본의 ‘물컵의 절반 채우기’ 노력이 부족한 데 대한 불만이 있고, 일본은 한국이 과연 강제동원 문제를 제3자 변제안에 의해서 깨끗이 해결할지에 대한 불안이 있는 상황이다.
◆한일비전포럼=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 위해 2017년 11월 출범했다. 산하의 한일비전포럼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 해법을 찾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정리=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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