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11) 개를 여나믄이나 기르되
2024. 1. 25. 00:10
개를 여나믄이나 기르되
작자 미상
개를 여나믄이나 기르되 요 개같이 얄미우랴
미운 님 오게 되면 꼬리를 홰홰 치며 치 뛰락 내리 뛰락 반겨서 내닫고 고운 님 오게 되면 뒷발을 바등바등 무르락 나으락 캉캉 짖어서 돌아가게 한다
쉰 밥이 그릇그릇 난들 너 먹일 줄이 있으랴
-청구영언
인간의 오랜 친구
참으로 눈치 없는 개다. 보고 싶지 않은 손님이 오면 꼬리를 휘저으며 뛰어올랐다 내리 뛰었다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님이 오면 뒷발을 버둥거리며 물러섰다 나아갔다 겁을 주어 캉캉 짖어서 돌아가게 하니, 쉰 밥이 그릇그릇 남는 들 너 먹일 마음이 나겠느냐?
아마도 기방에서 한 기녀가 이런 노래를 부르면 모두들 박장대소하며 웃었을 테다. 이심전심을 해학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사설시조다.
개의 식용이 법령으로 금지된다. 선진국의 품격을 위해 잘된 일이라는 의견과 남아도는 개들을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개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반려다. 맹도견, 사냥개, 썰매개, 또 위안을 주는 우리의 벗들을 덜 미안한 마음으로 보게 된 것만은 다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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