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원하는 누구나, 학교서 밤 8시까지 돌본다

학생을 오후 8시까지 봐주는 ‘늘봄학교’가 오는 9월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된다. 또 3월 새 학기부터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한 새로운 모델학교 30곳이 문을 연다. 교육부는 24일 이런 내용의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 개혁으로 인구 감소, 공교육 위기, 지역 소멸 등 사회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교육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시작한 늘봄학교를 올해 2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한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을 통합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정책이다. 기존의 돌봄교실은 오후 5시까지 운영하다 보니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불만이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해 늘봄 시범학교 459곳을 지정한 데 이어, 올해 1학기에는 늘봄학교를 2000개교 이상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존 돌봄교실은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자녀 등을 대상으로 운영했는데, 늘봄학교에선 희망하면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 대상은 연차별로 확대한다. 올해 2학기부터는 초등 1학년, 내년에는 1~2학년, 2026년엔 3학년 이상 모든 학생이 희망하면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예비 초1 학부모 5만26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3.6%가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했다”며 “전체 신입생 34만명 중 28만 명 정도가 올해 늘봄학교를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늘봄학교 관련 인력도 충원한다. 늘봄학교 확대 방침이 나오자 교원단체는 교원 업무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교육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올해 2학기부터 각 학교에 ‘늘봄지원실’을 별도로 설치하고, 책임자인 늘봄지원실장도 임명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1학기를 과도기로 보고 늘봄 행정업무를 볼 전담 기간제 교원을 2250명 신규 채용한다”며 “내년엔 모든 늘봄 행정업무가 교원에서 늘봄지원실로 이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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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어린이집·유치원 통합 학교 시범운영…내년 전면 도입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합치는 ‘유보(유아교육·보육) 통합’ 사업은 내년 전면 도입을 앞두고 모델학교 30곳, 시범지역 3곳을 운영한다. 모델학교, 시범 지역의 선정 기준은 다음 달에 발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이 가진 교육 역량, 어린이집의 긴 운영시간 등 각 기관의 장점을 합친 모습을 모델학교에서 보여주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모델학교를 통한 의견 수렴 결과를 토대로 올해 안에 통합기관의 설립 운영 기준 교원 자격 양성체계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사교육비 절감 노력도 계속한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를 발굴할 계획이다. 그 모델은 교육청, 지자체, 지역대학과 기관 등이 자율적으로 구상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만든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정 학교 수는 목표치가 따로 없고 교육발전 특구를 신청하는 교육청에서 예시를 제시하면 적정선에서 판단해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 밖에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 강화, 학생 정신건강 관리, 교권 강화, 인공지능(AI) 교과서 도입 전 디지털 교육 강화, 교육발전 특구 운영 등을 중점 과제로 꼽았다.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무전공 입학’ 비율을 늘린 대학에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학생에게 폭넓은 전공 선택권을 주려는 취지다.

무전공 입학은 전공 구분 없이 대학에 입학한 뒤에 2학년 이후 전공을 결정하는 형태로, 현재 일부 대학에서 자유전공학부 등의 명칭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1%가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교육부는 전공 벽을 허무는 혁신을 한 학교에는 대학혁신지원·국립대학육성사업상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2025학년도에 20% 이상, 2026학년도에 25% 이상 무전공 입학생을 모집해야 한다는 신청 요건은 철회했다.

이 부총리는 “적어도 25%의 학생 선발에서 자율전공 선택을 도입하겠다는 목표는 흔들림이 없다”면서도 “(올해는) 이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도 준비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 밖에 지방대에 5년간 3조원을 투입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 지자체와 대학을 연계하는 라이즈 체계, 국가장학금 확대 등 기존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사교육비를 줄이고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두 정책(돌봄교실, 유보통합)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