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기부왕’ 세운 회사, 경영악화에 전직원 해고 통보
‘1조 기부왕’으로 유명한 고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50년 일궜던 경남 김해 소재 타일 제조업체 삼영산업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전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 회사는 최소 120억원의 회사 자산을 관정이종환교육재단(재단)에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별세 전까지 회사 지분 99%를 가진 대주주였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영산업은 2020년 124억5300만원 상당의 회사 기계장치를 재단에 출연하고 기부금으로 처리했다. 그해 삼영산업은 151억원 넘는 손실을 봤다. 회계법인은 이런 내용과 함께 “자기자본이 105억5400만원에서 (-)4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고 감사보고서에 기재했다. 1972년 설립된 삼영산업은 최근 4년간 매년 영업손실이 커졌다. 2020년 이후 부채가 늘었고, 현재 누적부채가 160억원이다. 전반적인 건설 경기 악화 등으로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앞서 삼영산업은 2007년에도 회사 건물과 부지를 재단에 기부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그해 회사 건물과 그 부지(1559㎡), 공장 부지 일부(12만9245㎡ 중 8만279㎡) 소유권이 회사에서 재단으로 이전됐다. 삼영산업은 그간 건물 및 공장 부지 등과 기계장치(설비) 등을 재단에 임차료를 주고 사용했다. 삼영산업은 당장 이달 말 만기인 금융권 채무 17억원을 갚을 돈이 없다고 한다.
한기문 삼영산업 대표는 “건물·토지·장비 등이 모두 재단 소유여서 담보 잡아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며 “(2020년 기계장치를 기부할 당시) 이렇게 되면 회사 운영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종환) 회장님이 계셨더라면 (해고 직원) 퇴직금 등을 말끔하게 정리해주셨을 텐데. 자녀분이 상속을 포기해 주인 없는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해고를 통보받은 직원은 130명 정도다. 직원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5년간 근무했다고 한다. 서무현삼영산업노조 위원장은 “체불 임금은 없지만 당장에 급한 건 직원 퇴직금 32억원”이라며 “갑자기 재취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이종환 명예회장은 2002년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을 해왔다. 재단 기부한 재산이 1조7000억원이다. 재단이 지원한 장학생 수는 지난 23년간 1만2000여명이다. 2012년에는 서울대 전자도서관 건립에 600억원을 기부했다.
김해=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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