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인근 돼지머리 방치한 주민 '무혐의'

이슬람사원 반대 주민들 "억울함 풀렸다"... 인권단체 "검찰의 인식 현실과 동떨어져, 가해자의 논리에 손 들어준 꼴"

[조정훈 기자]

▲ 29일 이슬람사원 건립이 예정된 대구 북구 대현동의 한 주택가에 일부 주민들이 의자 위에 돼지머리를 올려놓았다. 반대 현수막 위에는 돼지 발이 매달려 있다. 돼지고기는 이슬람교의 대표적인 금기식품이다. ⓒ 조정훈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공사가 건축법 위반으로 중단된 가운데 공사장 앞에 돼지머리를 둔 시민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주민들은 "억울함이 풀렸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결정을 규탄했다.

이슬람사원을 반대하는 대현동 일부 주민들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돼지머리를 공사장 앞에 가져다 놓았고 경찰은 이들이 공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보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13일 업무방해 혐의로 송치된 2명에 대해 '돼지머리가 이슬람사원 공사 진행에 별다른 장애를 주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업무방해죄에서 요구되는 위력의 행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자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대구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돼지머리 방치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 없음으로 결정한 것은 당연하다"며 "주민들의 억울함이 풀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돼지머리가 살아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공사장 입구를 막아 공사를 방해하지도 않았다"며 "(건축주 측이 고발은) 주민 입막음을 위한 협박성 고발이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현장 인근에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갖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돼지머리가 놓여 있다. ⓒ 조정훈

 
반면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입구에 설치된 돼지머리로 인해 무슬림 유학생들은 돼지머리를 매일 마주쳐야 하는 종교적 계율을 반하는 현실에 너무나 큰 고통을 겪어 왔다"며 "이를 업무방해로 보지 않는 검찰의 인식이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슬림에서 금기시하는 돼지머리 방치, 바비큐 파티를 자행하는 것은 명백하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도 용인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무슬림 유학생들은 폭력이라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일부 주민의 폭력이 폭력이 아니라는 가해자의 논리를 검찰은 손을 들어주는 꼴"이라며 "지난해 유엔인권위는 한국정부와 북구청의 혐오차별 행정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슬람사원 공사는 바닥을 지지하는 스터드 볼트가 설계보다 상당 부분 적게 설치된 것으로 드러나 북구청이 시정명령을 거쳐 공사중지 명령과 함께 경찰에 고발해 수개월째 공사가 중지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