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전주시·완주군, 4번째 ‘통합’ 도전장… 이번엔 성공할까

김용권 2024. 1. 24. 21: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계기 다시 군불
전주시청사. 전주시 제공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의 행정구역 통합 얘기가 새해 초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7년새 네 번째 논란이자 도전이다. 두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2년간 ‘상생협약’을 해 와 이미 군불이 적당히 지펴진 데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성사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할 산이 아직도 많다. 전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완주군은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신중한 모양새다. 특히 총선 앞 민감한 시기에 성급히 추진하다가는 어렵게 쌓아 올린 신뢰 관계만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주시 “올해가 적기다”

이번 통합을 향한 깃발은 우범기 전주시장이 먼저 들었다. 우 시장은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추진할 10대 전략 중 첫 번째로 완주군과의 통합을 내세웠다. 그는 “올해는 본격적으로 나설 때가 된 만큼 민간의 자발적 통합 운동을 지원하는 등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민간단체 주도의 토론회나 세미나, 공청회 등을 지원해 공감대를 높여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민간단체들도 맞장구를 치고 나왔다. 완주·전주통합추진연합회는 6월 안에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완주지역 통합 추진 모임과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연합회는 통합 논의가 30여년간 이어져 왔기 때문에 찬반 양론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다 표출이 됐고,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치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완주지역 정치인들과의 물밑협상을 통해 통 크게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완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이어받았다. 완주역사복원추진위원회는 지난 10일부터 전주-완주 통합을 건의하기 위한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위원회는 “1935년 일제의 역사 침탈 정책으로 단일 생활권인 전주와 완주의 행정구역이 분할돼 있다”며 “미래 세대 복지와 발전을 위해 통합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완주 “일방적이다”

전북 완주군청사. 완주군 제공

하지만 완주군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완주군의회는 크게 비판하고 나섰다. 완주군의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우범기 전주시장은 마치 완주군에 선전포고라고 하듯 완주-전주 통합론을 거론하며 망발을 쏟아부었다”며 “개인 정치인의 의견이라고 생각해 공식 대응이 필요 없다고 일관해 왔으나 또다시 완주군민들을 분열시키는 행위는 지켜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완주군도 전주시의 추진이 너무 일방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 시장의 회견이 완주군이나 전북도와 사전 교감이 없는 이기적인 발언이라는 것이다. 지금 통합은 상대적으로 인구 수가 많은 전주시에 행정 주도권이 편중되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군은 자체 시 승격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유희태 군수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완주군의 인구가 10만명에 육박해 정부와 시 승격을 위한 행정절차를 논의한다”며 “전주·완주 통합은 군민들의 의견 반영이 우선돼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전북도 “조심스럽다”

전북자치도는 아직은 조심스런 모습이다. 지역 숙원이 성사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4월 총선까지는 특별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자칫 성급한 추진으로 무르익던 분위기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도는 통합으로 가는 것을 전제로 상생협약사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9차례 실시한 상생협약을 모두 20차례를 목표로 진행, 지자체간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도지사에게 시·군 통합을 ‘건의’할 권한이 주어졌지만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관영 도지사는 최근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해 “스텝바이 스텝으로 가야 한다”며 “언제까지 디데이를 잡고 해야 할 상황도 아니고,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성숙·찬반은 팽팽

우범기(왼쪽부터) 전주시장과 김관영 전북도지사, 유희태 완주군수가 전주시와 완주군의 상생협약사업 9차 협약을 맺은 뒤 협약서를 들고 있다. 전주시 제공

지금까지 전주·완주 통합 시도는 세 차례 있었다. 그러나 모두 완주지역의 반대로 실패했다. 1997년 완주군의회의 반대로 좌절됐고 2009년에는 군수, 지방의원, 완주지역 국회의원이 모두 반대해 무산됐다. 2013년엔 군수가 찬성했지만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반대했다. 이에 군민 투표에서 55.4%가 반대표를 던져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통합 추진은 2013년 이후 11년만이다.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무르익고 있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민선 8기 들어 2022년 11월부터 상생협력사업을 펼쳐 왔다. 두 지자체는 그동안 9차례에 걸쳐 23개 분야의 다양한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손을 맞잡았다. 이로 인해 ‘상관저수지 힐링공원 조성사업’을 비롯 ‘전주풍남학사 입사생 자격조건 확대’ ‘지역사랑상품권 상호 유통’ ‘전주상품권 완주지역 사용 허용’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찬반 목소리가 여전히 팽팽하다. 전주병지역 총선 예비후보들은 모두 찬성을 외치는 반면, 완주지역 예비후보들은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이다. ‘전주-완주 통합은 더 이상의 전북 추락을 막기 위한 탈출구’라는 의견과 ‘일방적인 추진은 상생협력이 아니라 흡수통합의 전형적인 과정’이라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이전까지 한 고장이었던 두 지역, 89년만의 통합을 위한 네 번째 도전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