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중대형 아파트 시대 올까 ‘포제스한강’ 큰 평형으로 설계 변경한 이유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4. 1.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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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넌 후 한강 방향으로 걷다 보면 중소 규모 아파트 단지 하나가 등장한다. 1996년 준공한 380가구 규모 광나루현대아파트다. 단지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하니 공사 현장이 눈에 띈다. ‘광진구 광장동 공동주택 신축 공사’라는 간판과 함께 흰색 펜스가 한강변을 따라 둘러쳐져 있다. 요즘 분양업계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단지인 바로 ‘포제스한강’ 신축 공사 현장이다. 부동산 개발회사 엠디엠플러스가 2019년 옛 한강호텔 부지를 약 1900억원에 매입해 개발하고 있다. 시공사는 DL이앤씨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엄청난 분양가다.

광진구 광장동 옛 한강호텔 부지에 들어서는 ‘포제스한강’은 총 128가구 규모로 3.3㎡당 평균 분양 가격이 무려 1억1500만원이다. 소규모 고급 빌라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분양승인 대상 일반 아파트 중에서 분양가가 3.3㎡당 1억원을 넘은 것은 포제스한강이 처음이다. 기존 최고 분양가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다. ‘메이플자이’는 분양가상한제 대상임에도 3.3㎡당 6705만원의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포제스한강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메이플자이 대비 2배 가깝게 비싸다. 광진구에서 가장 비싼 워커힐아파트 전용 162㎡ 시세가 28억~30억원 선으로 3.3㎡당 6000만원임을 감안하면 2배 차이가 난다. 포제스한강이 분양가만으로 화제를 모으는 이유다. 분양가가 높은 만큼 고급시설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 시행사 측 설명이다.

또 포제스한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바로 구성 면적이다.

당초 엠디엠 측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소형 주택이 포함된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건축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광진구가 규제지역에서 풀리면서 포제스한강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도 되자, 설계를 변경했다. 소형 주택을 완전 배제하고 전용 84~244㎡ 중대형 면적으로만 단지를 구성했다. 전용 84㎡는 32억~44억원대, 전용 115㎡의 경우 52억~63억원대, 펜트하우스인 전용 244㎡는 150억~160억원 선이다.

부동산업계는 국내 1위 디벨로퍼로서 분양 시장 분위기 변화를 가장 잘 파악한다는 엠디엠의 전략 변화에 주목한다. 물론 엠디엠 측이 설계를 변경한 가장 큰 이유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깊게 해석하면 중대형 면적으로 구성해 분양가를 비상식적으로 높여도 그만큼 완판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전략을 수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아파트 청약 시장은 초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에는 수천 명이 몰린다.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기도 한다. ‘남향’으로 ‘한강뷰’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등에 업고 중대형과 고급화에 승부를 건 엠디엠 전략이 통할지 관심을 모은다.

최근 주택 시장이 대부분 전용 84㎡ 이하 중소형 면적 중심으로 공급되면서 중대형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단지의 경우 중대형 면적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이르는가 하면, 지난해 기준 가격 상승 또한 중소형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 물량이 워낙 많이 줄었고 3.3㎡당 가격은 훨씬 저렴해 틈새시장에서 중대형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청약 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 경쟁률이 오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중대형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여의도 일대. (윤관식 기자)
청약 경쟁률 중대형 > 중소형

지방일수록 중대형 선호도 높아져

지난해 전국에서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10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분양한 ‘동탄레이크파크자연&e편한세상’이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1순위 청약 총 554가구 모집에 13만3042명이 몰려 평균 240.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중대형 면적 경쟁률이 평균 대비 훨씬 더 높았다는 점. 전용 95㎡A와 115㎡A 등 2가지 타입은 각각 430.34 대 1과 38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중대형 선호 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8월 대전 서구에 공급된 ‘둔산자이아이파크’ 1순위 평균 경쟁률은 68 대 1이었지만 전용 99㎡는 429.4 대 1, 전용 145㎡는 22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5일 본청약을 받은 ‘탕정대광로제비앙센트럴’은 전용 103㎡가 126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84㎡는 A타입이 53.7 대 1, B타입이 38.3 대 1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춘천에서 분양한 ‘더샵소양스타리버’ 최고 경쟁률 역시 전용 112㎡ 타입에서 나왔다. 19가구 모집에 1990명이 몰리면서 104.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B타입은 39.1 대 1, 84㎡C타입은 45.7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통계 자료로도 지난해 청약 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R114 REP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1~12월)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6.93 대 1로 나타났다. 전용 60~85㎡(8.71 대 1), 전용 60㎡ 이하(10.80 대 1) 경쟁률을 크게 앞질렀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60~85㎡와 비교하면 경쟁률 차이가 약 2배 가까이 높은 것이 눈에 띈다.

매매 시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지난해 9월 과천시 ‘과천위버필드’ 전용 99㎡가 시장 침체 속에서도 23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지방에서는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한국아델리움1단지’ 전용 129㎡가 지난해 12월 1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거래(13억원)와 비교해 2억7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중대형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 조정 국면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10월까지 상승장에서 전국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끌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까지 17개월 연속 보합·하락을 보이다 7월 0.06% 오르며 상승 전환했고 이어 8월 0.23%, 9월 0.35%, 10월 0.27% 올랐다. 해당 기간 전용 85㎡ 초과 102㎡ 이하 아파트가 1.92%로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에서는 전용 85㎡ 초과, 102㎡ 이하가 2.73%로 가장 많이 올랐고, 135㎡ 초과도 1.3%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중대형 인기 지속될까

하락장에는 가격 하락폭 더 커

중대형 아파트가 인기를 끈 이유는 여러 가지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넓은 집을 선호하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은 여전히 설득력 있다. 공급 감소 또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는 대부분 전용 59~84㎡로 구성됐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전체 가격은 중대형 아파트가 중소형 대비 당연히 비싸지만 단위당 가격으로 환산해보면 훨씬 저렴하다.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과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공간적으로 여유로운 중대형 평형을 찾는 수요는 늘어나는데 반대로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 수익 등을 감안하면 중소형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공급량 증가가 쉽지 않은 구조다.

다만 중대형 아파트 인기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대체로 침체기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했다.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은 물론 서울 역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시장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중대형 아파트는 그만큼 가격 하락폭이 크다. 결국 불황기에는 환금성 좋은 중소형 아파트가 더 많이 거래되는 반면 중대형 아파트 수요는 급격히 줄어든다. 시장 분위기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초고급 단지 등을 제외하면 지금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중대형 아파트 인기가 지속될지 미지수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4호 (2024.01.24~2024.0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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