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휘감은 소나무의 공존과 상생 ‘우리는 하나’

남호철 2024. 1.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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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창’ 전북 고창의 겨울 풍경
전북 고창읍성 내 맹종죽 숲 가운데 대나무를 휘감아 오르며 하늘 높이 솟아오른 소나무 한 그루가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 기세가 방장해 '용송'이라 불리는 소나무다.


전북 고창의 눈 덮인 겨울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가 돼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눈이 많이 내려 ‘설창’이라 불리는 고창에 새하얀 눈이 펑펑 내렸다. 눈 덮인 고창읍성은 여유로운 풍광을 전해준다. 읍성 내부에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서로 어우러진 풍경은 상극(相剋)을 떠나 상생(相生)이 절실한 요즘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양성(牟陽城)으로도 불리는 고창읍성은 1453년(조선 단종 원년) 왜침을 막기 위해 전라도민들이 유비무환의 슬기로 축성한 자연석 성곽이다. 성 둘레는 1684m. 동·서·북문과 옹성이 3곳, 장대지 6곳과 해자들로 된 전략적 요충시설이다. 성안에는 동헌·객사를 비롯 관아건물 22동이 있었으나 대부분 손실된 뒤 복원됐다.

성을 들어서 오른쪽 산비탈을 오르면 하늘을 가릴 만큼 빽빽하게 자라난 대나무 숲이 있다. 줄기가 한 손으로 다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굵은 맹종죽 숲이다. 사계절 푸른 대숲은 언제 찾아도 멋진 사진을 선사하고 힐링을 안겨준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맹종죽 무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나무 한 그루가 대나무를 휘감아 오르며 하늘 높이 솟아올라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대나무에서는 올곧은 절개를, 소나무에서는 꿋꿋한 기상을 본받으려 했다. 대나무도 공존(共存)을 허락하며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줬다. 이에 힘입어 소나무는 본래 자신의 키보다 두 배 이상 키웠다. 하늘로 올라간 소나무가 마치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습이다.

고창읍성 남쪽 고창읍 화산리 호동마을에 취석정(醉石亭)이 자리한다. 정암 조광조 학맥인 광산김씨 노계 김경희(1515~1575)가 1546년에 세운 것을 1871년 후손들이 중건한 앞면 옆면 각 3칸의 아담한 정자다.

북두칠성 고인돌 칠암을 울안에 들인 취석정.


취석정은 팔작지붕에 우물마루 계자난간을 갖춘 전통 정자 양식을 지녔다. 바깥은 둥근기둥, 안쪽은 사각기둥으로 해 하늘땅 천원지방을 나타내며 음양을 조화시켰다.

취석정은 북두칠성 고인돌, 칠암을 울안에 들인 점이 특이하다. 북두칠성바위가 있어서 정자 안은 천상세계가 된 것이다. 주변에 고인돌 14기가 있는데 담장 안에 유독 천문대 고인돌 7기만을 들인 것은 북두칠성을 곁에 두고 천리를 따라 살고 싶었던 까닭이 아니었을까.

취석정이라는 이름에도 도연명의 풍류 경지를 닮고 싶은 심정이 묻어 있다.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풍류객이 된 도연명이 술에 취해 눕곤 했다는 연명취석(淵明醉石)에서 따온 이름이다.

상데크·부유분수대 등 생태문화길을 갖춘 노동저수지.


취석정 아래는 노동저수지다. 이곳에 지난해 생태문화길이 조성됐다. ‘전북1000리길 고창읍성길’에 포함된 600m 구간의 수변 둘레길이다. 경관이 수려하고 환경이 깨끗할 뿐 아니라 고창읍에서 가까워 군민들이 산책하기 좋은 코스이다. 길이 446m 폭 2.5m로 저수지 위에 떠 있는 수상데크가 핵심이다. 중간에는 쉼터와 조망다리, 부유 분수대가 설치돼 노동저수지의 절경과 함께 추억을 남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고창의 저수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운곡저수지다. 저수지 주변과 수원이 모이는 오베이골 주변에 습지가 형성돼 있다. 2011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로 지정된 수달, 황새, 삵, 구렁이, 새호리기, 가시연 등이 분포한다. 이밖에 어류 533개체, 양서·파충류 12종, 조류 611개체, 포유류 11종, 곤충 297종, 나비 22종이 서식한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운곡저수지 일대.


겨울철 관심을 모으는 저수지는 성내면 신성리 동림저수지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지내는 가창오리의 군무(群舞)를 볼 수 있어서다. 해 질 무렵 수십만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며 노을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펼치는 황홀한 춤사위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여행메모
매주 금·토요일 밤 맹종죽림 아트쇼
풍천장어·복분자… 고창의 보양 먹거리

눈 덮인 고창읍성을 공중에서 내려다본 모습.

고창읍성은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0까지 운영된다. 주변에 무료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 3000원이지만 전액을 고창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준다. 고창읍성은 야경도 아름답다. 특히 맹종죽림 아트쇼가 볼 만하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7~10시까지 진행 중이다. 취석정과 노동저수지는 입장과 주차가 모두 무료다.

운곡람사르습지 탐방로는 4가지 코스로 구성돼 있다. 걸어도 좋지만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친환경주차장 옆 탐방열차 승하차장에서 오전 10시부터 1시간마다(오후 12시 제외) 출발하는 수달 모양의 탐방열차를 타면 된다. 약 1.5㎞ 거리를 15분 정도 이동해 운곡습지 생태공원에 내려준다. 고창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게르마늄 성분이 많이 함유된 웰파크시티 석정 휴스파가 있다. 겨울 여행 중 추위에 지친 몸을 녹이기에 그만이다.

고창은 풍천장어와 복분자로 유명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커다란 장어와 걸쭉하게 끓인 장어탕이 별미다.

고창=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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