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에서 다시 백조로? 슬금슬금 ‘국민 밉상주’ 벗어나는 카카오
한때 ‘국민주’로 불리던 카카오는 어느샌가 ‘국민 밉상주’로 전락했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고,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에 고위 경영진이 휘말렸다. 여기에 대표이사 내정자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카카오톡 먹통 사태 등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여론은 차갑게 식었다. 주가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한때 네이버와 시가총액 3위를 두고 겨뤘지만, 이제는 10위권 밖으로 밀린 상태다.
그렇게 2년 넘게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슬금슬금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3만원대였던 주가가 2024년 들어 6만원 선을 돌파했다. 카카오 주가가 장중 6만원을 넘긴 건 지난해 4월 18일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된 동시에 경영진의 고강도 쇄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주가 상승세를 잇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매도 금지로 수급 개선
최근 주가 반등에는 카카오의 고강도 경영 쇄신이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이후 연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차기 단독 대표로 내정하고 경영 쇄신 행보를 본격화했다. 카카오그룹 전략을 수립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경영 컨트롤타워 격인 ‘CA협의체’를 개편해 기존의 자율 경영 기조에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공동 의장을 맡아 내부통제를 강화키로 했다. 동시에 준법·윤리 경영을 지원하는 외부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도 출범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카카오의 고강도 경영 쇄신이 주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과 김범수 창업주 주도로 회사 경영 쇄신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 주가에 영향을 미쳤던 우려들이 조금씩 해소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외부 상황도 카카오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특히 지난해 11월 6일부터 전격 시행된 공매도 금지가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커버링 효과가 나타나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수급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한다. 숏커버링이란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하는 전략이다. 그동안 공매도는 기관과 외국인의 무대였기 때문에,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이들이 카카오 주식을 대거 사들였을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최근 카카오 주가 반등은 기관과 외국인이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6일부터 올 1월 17일까지 기관은 4523억원, 외국인은 3144억원어치 카카오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은 7484억원 규모 순매도했다. 그사이 카카오의 공매도 잔고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공매도 금지 시행 직전인 지난해 11월 3일 카카오의 공매도 잔고는 1219억원에서 1월 15일 212억원까지 축소됐다.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카카오에 긍정적이다. 금리가 낮을수록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함께 국내 대표 성장주로 꼽히는 카카오로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질수록 주가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를 예상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 국내 주식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른 수급 개선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며 “금리 인하에 따른 내수 경기 회복과 성장주 기업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도 최근 주가 상승 배경”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신사업 전략 지켜봐야
다만 최근 주가 상승세를 잇기 위해서는 먼저 증명해야 할 과제도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 시선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성장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주가는 경영 쇄신 과정에서 비용 통제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익 잠재력에 비해 과했던 우려가 회복됐을 뿐, 새로운 성장 전략의 수립 여부나 실적 회복에 대한 부분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비교 기업들의 기업가치 상승과 자회사·투자 자산의 지분 가치가 오른 점도 최근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초와 비교하면 올해 카카오 실적에 대한 증권사 눈높이는 오히려 낮아졌다. 1월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 9조3737억원, 영업이익 6335억원이다. 지난해 10월 증권사 전망치와 비교하면 각각 2.4% 0.5%씩 줄어든 수치다. 반면 지난해 상장 자회사를 제외한 연결 매출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 우려를 떨쳐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용 통제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광고 업황 회복이 기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비용 통제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지난해 3분기 높은 강도의 비용 통제를 통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며 “상장 자회사의 부진한 이익에도 강력한 비용 통제로 실적을 방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신사업 성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오는 2월 공개될 예정인 헬스케어 신규 서비스 ‘파스타’가 주목받는다. 자회사 카카오헬스케어를 통해 내놓는 AI 모바일 혈당 관리 서비스로, 내년까지 미국·일본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AI 부문에서는 카카오가 네이버에 비교 열위로 평가되는 반면, 헬스케어는 카카오의 비교 우위 분야라는 점에서 시장 반응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쏠린다. 이 서비스가 시장 안착에 실패한다면 카카오에 대한 투자자 기대감이 급격히 식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내부 관리와 경영 쇄신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높은 상황에서 향후 AI와 솔루션 기반의 전략적 변화와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기대가 실망으로 변화해 기업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부 환경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을 추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이 금리 인하를 먼저 기대하고 움직인 만큼, 기대보다 우호적인 금리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경우 낙폭이 확대될 수 있다. 그 외 경영 쇄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잡음과 사법 리스크, 규제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익 성장성과 비교해 현재 기업가치는 아직까지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판단한다. 올해까지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투자자들이 절대적으로 진입하기 좋은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단, 경기 회복 기대감이 상승하는 구간에서 단기 수익을 추구한다는 관점의 접근은 가능할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조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4호 (2024.01.24~2024.0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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