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라도 반성문 써야겠다" 정유정 녹취록에 담긴 말말말

검찰, 항소심서 정유정 가족접견 녹취록 공개
"압수수색 전 방 치웠어야" 할아버지 원망도

과외 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정유정이 가족들을 접견하며 "억지로라도 반성문을 적어야겠다", "경찰 압수수색 전에 미리 방을 치워놨어야지"라고 말했던 사실이 공개됐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연합뉴스는 24일 검찰이 이날 부산고법 2-3 형사부 심리로 열린 정유정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은 인명을 경시하는 범행을 자행한 데다 살인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한 뒤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웠고 범행 수법도 잔혹했다"며 "하지만 변명으로 일관하고 개전의 정도 없어 사형 선고로 재범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사형 선고를 요청하는 근거로 검찰은 정유정이 구치소에서 가족과 접견한 녹취록과 녹취파일을 새 증거로 제출했다. 여기에는 정유정이 "억지로라도 성의를 보이려고 반성문을 적어야겠다"라고 말하거나, "경찰 압수수색 전에 미리 방을 치워놨어야지"라며 할아버지를 원망하는 말을 한 내용 등이 담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유정이 자신의 범행이 사형·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죄임을 알고 감형 사유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유정은 1심 재판부에 10여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많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과연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체포된 이후 현재까지 보인 모습은 계획적이고 작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녹취파일 가운데 일부분을 재생하는 증거조사는 다음 공판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공판은 다음 달 28일에 열린다.

다만 정 씨 측 변호인은 "가족 간 사적인 대화가 있는 만큼 비공개로 증거조사를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1심에서 지속해온 심신미약 주장을 항소심에서는 철회하면서 "정신과 치료 자료를 제출했지만, 이번 사건에서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라 양형에 참작해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 아버지는 집을 팔아서라도 공탁금을 마련하려고 한다"면서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 만큼 유족들에게 연락드리는 것 자체가 또 새로운 피해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정유정은 지난해 5월 26일 과외 선생님을 구하는 중학생인 것처럼 가장해 피해자 A씨의 집에 찾아가 흉기로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