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트럼프, 공화당을 자신에게 맞추다 [기자수첩-국제]

정인균 2024. 1. 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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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보면 마이클 조던이 생각나"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절친' 미국인 친구가 한 말이다.

그 친구는 트럼프가 NBA 슈퍼스타들처럼 승리 공식을 모두 어기면서도 선거에서 계속 이긴다고 말했다.

친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며 NBA의 슈퍼스타를 떠올린 건 아마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팀에게 승리를 선물하는 NBA의 슈퍼스타들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공화당에 승리를 선물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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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보고 마이클 조던이 떠오른 이유
팀을 따라오게 만드는 NBA 슈퍼스타들, 트럼프도?
비판하던 공화당, 이제는 트럼프 따라하려 안간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6일 뉴욕시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열린 금융 사기 의혹 관련 재판의 휴식 시간에 법정을 나서며 '입을 닫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를 보면 마이클 조던이 생각나”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절친' 미국인 친구가 한 말이다. 그 친구는 트럼프가 NBA 슈퍼스타들처럼 승리 공식을 모두 어기면서도 선거에서 계속 이긴다고 말했다.

미국의 프로농구리그 NBA에는 ‘플레이북’이란 것이 있다. 플레이북은 간단히 말해 공격과 수비에서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일종의 ‘약속 모음집’ 같은 것이다. NBA 각 팀의 코치들은 저마다의 플레이북을 작성하고 있으며 선수들은 코치가 작성한 플레이북을 보고 전술, 패턴 등을 외워 팀플레이에 일조한다.

구단 역사가 평균 80년이 넘는 NBA의 팀들은 그동안 수천 승과 수천 패를 경험하며 저마다의 필승법을 플레이북에 녹여왔다. 보통 선수들은 그런 팀의 역사를 믿고 플레이북을 따라 경기에 임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간혹 이런 약속을 깨면서도 팀의 승리를 이끄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개인기를 살려 득점하고, 팀원들에게 자신의 플레이를 따라하게 만든다. 결국 팀은 플레이북을 그 선수에게 맞게 변형시켜 주고, 코치부터 선수까지 모두 그 선수를 위해 경기에 임하게 된다. 그런 선수들을 NBA에선 ‘슈퍼스타’라고 부른다.

친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며 NBA의 슈퍼스타를 떠올린 건 아마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미국 공화당에도 NBA 플레이북에 버금가는 일종의 필승법 같은 것이 존재했다. 공화당은 수백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선거에서 이기는 법과 패배의 원인 등을 분석해 차곡차곡 기록해 왔으며, 잔뼈가 굵은 당의 참모들이 이를 후보에게 빠짐없이 전달해왔다.

후보들은 참모들의 조언에 따라 선거에서 절대 해선 안 될 말과 꼭 해야 할 말 등을 외웠고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또 상대의 약점은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를 공부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플레이북 문화를 전혀 따르지 않고도, 아니 플레이북에 나오는 금기 사항을 전면 부정하면서도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정계에서 절대 금기로 여겨지던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언론 탄압, 성희롱 등이 섞인 말을 뱉으면서도, 강간 혐의와 사기혐의, 내란선동 혐의 등 각종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면서도 지지자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정계 입성 초창기만해도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였지만, 그는 이들의 비판에 굴하지 않았고, 본인의 스타일을 강하게 밀어붙여 연거푸 승리를 쟁취했다.

결국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 된 그는 이제 공화당의 ‘슈퍼스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공화당은 그런 트럼프에 맞춰 플레이북을 새로 작성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화당 주류 의원들은 이미 ‘친트럼프’파가 된 지 오래며, 공화당 정치인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트럼프의 어투와 정치적 기조를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 ‘리틀 트럼프’는 요즘 공화당 의원들이 최고로 여기는 찬사”라는 우스갯 소리도 미국 정계에 떠도는 중이다.

15일과 24일 치러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2연승을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최종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팀에게 승리를 선물하는 NBA의 슈퍼스타들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공화당에 승리를 선물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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