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현장] 김판곤 감독 "한국은 결승 갈 팀…우리도 희망 보여주고 싶다" (일문일답)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조국과 한판 승부를 하게 된 김판곤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강팀 한국과의 경기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면서도 약점 역시 파악했다며 좋은 승부를 다짐했다.
김 감독은 오는 25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3차전을 치른다. 경기 하루 전인 24일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회견에 나타난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한국 선수들의 수준을 매우 잘 알기 때문에 압박감이 느껴진다"면서도 "말레이시아 감독으로서 우리 선수들이 강하게 싸우길 희망한다. 말레이시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 축구 강국 한국을 상대하며 겁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최근 한국 축구가 맞고 있는 새 전성기를 설계한 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직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던 그는 파울루 벤투 전 국가대표팀 감독, 김학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 김은중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 등을 줄줄이 선임하는 중심에 섰다. 벤투 감독과 김학범 감독, 김은중 감독 모두 국제무대에서 큰 성과를 거둬 김 위원장의 혜안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사 두 번쩨로 월드컵 원정 경기 16강에 올랐으며, 김학범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2020년 태국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및 도쿄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우승을 이끌었다. 김은중 감독은 지난해 6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3 U-20 월드컵 4강 쾌거를 지휘했다.
다만 김 감독이 이를 모두 지켜본 것은 아니었다. 카타르 월드컵을 10개월 앞둔 2022년 1월 말레이시아축구협회의 요청을 받은 뒤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에 부임하면서 한국을 떠났다.
김 감독은 말레이시아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이번 아시안컵 예선에선 투르크메니스탄과 방글라데시를 누르며 바레인에 이어 2승1패를 기록,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진출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말레이시아를 아시안컵 본선에 올려놨다.
자동 진출을 제외하는 1980년 쿠웨이트 대회 이후 44년 만이다.
앞서 지난해 1월에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에서도 말레이시아의 바이에른 뮌헨으로 불리는 조호르 바루 선수들이 불참한 가운데서도 4강에 진출하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이번 아시안컵 본선에선 말레이시아가 E조 4개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낮은 것에 대한 핸디캡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130위 말레이시아는 대한민국(23위)을 비롯해 요르단(87위), 바레인(86위) 등 E조 경쟁국과 비교해 유일하게 랭킹이 세자릿수다.
이를 반영하듯 말레이시아는 이미 지난 16일 요르단과의 1차전에서 0-4로 대패했고, 20일 바레인과의 2차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한국전을 앞두고 2연패를 당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그렇다고 한국전을 허투루 치를 순 없다.
말레이시아 입장에선 직전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말레이시아 축구의 경쟁력과 미래 비전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한국의 조별리그 순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의 선전은 E조 판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E조 선두는 요르단(승점 4)이다. 요르단은 한국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요르단 +4, 한국 +2)에서 앞서 1위를 차지했다. 요르단 뒤를 한국이 이었고, 3위엔 바레인(승점 3)이 위치했다. 2경기 모두 패하면서 아직 승점이 없는 말레이시아가 4위다.
회견장에 수비수 디온 쿨스와 동석한 김판곤 감독은 회견을 전부 영어로 진행하며 홍콩 등에서 오래 머무른 자신의 국제적인 역량도 알렸다. 김 감독은 "사람들은 (한국대표팀의 이번 대회 부진에)비판을 하지만 난 그에 반대한다. 한국 대표팀은 결승 갈 능력도 충분하다"며 조국의 대표팀 실력에 극찬을 보낸 뒤 "그러나 물론 약점이 있고 팀 내부에서는 공유한 상태다. 이것을 대외적으로 알릴 순 없다. 한국은 강팀이 맞다"고 했다.
다음은 김판곤 감독, 쿨스와의 일문일답.
-(김판곤 감독에게) 한국과 경기하게 된 소감은.
좋은 아침이다. 우리는 지난 조별리그 두 경기를 치른 후 더이상 본선 진출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대회가 다음 경기(3차전)서 끝나 더 이상의 동기부여가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축구 강국인 대한민국 대표팀을 만나게 됐다. 이번 경기가 선수들에게는 강한 도전이 될 것이다.
미래에 참가할 다른 대회를 위한 축구 기반 마련, 경쟁력 등 어떤 것이라도 얻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느 대회나 막바지에 가면 한국, 일본, 이란 등의 강팀을 만난다. 우리는 어떤 것이라도 배우고 싶다. 내일 경기 위해 잘 준비하겠다.
-(디온 쿨스에게) 한국과 붙게 됐는데.
대회에서 탈락하게 돼 슬프지만 내일 경기는 무척 즐거울 것 같다. 한국과의 경기는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경기다.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강팀과의 경기로 경험을 쌓게 돼 기쁘다. 좋은 결과 또한 바랄 것이다.
-(김판곤 감독에게) 선수들 컨디션은 어떤가. 부상자는 없나. 엔드리크 도스 산토스는 상태가 어떤가.
2차전 이후 부상자가 좀 생겼다. 엔드리크의 경우 풀타임으로 출전하지는 못하지만 경기 일부분은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준비가 우리에게 꽤 어려웠다. 요르단과의 경기는 저녁에 열렸다. 내일 (한국과의) 경기는 한낮에 열린다. 경기 시간이 크게 다르지만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우리는 한국에 대한 정보가 많다. 전술적인 측면은 어제 점검을 완료했다. 오늘 다시 연습해본 뒤 내일 경기를 치를 것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고 내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길 바란다.
-(김판곤 감독에게) 팔레스타인 등의 국가가 이미 본선을 통과했는데 그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따라 내일 경기서 최선을 다할 예정인가.
당연하다. 내일 경기는 절대 올해 마지막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2026 월드컵 예선도 남아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이번 대회가 43년 만의 (자력)참가다. 앞으로 지속적인 대회 참가를 이뤄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아시안컵 대회 최종 목표는 본선 진출로 잡아야 한다. 그런 후 16강 진출을 바라봐야 한다. 다른 팀도 조별리그에 참가하고 난 뒤 16강으로 간다. 다 똑같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김판곤 감독에게) 2년간 말레이시아 감독을 맡으며 한국을 처음 상대한다. 어려운 상황인데 정신적으로 어떻게 준비했는가.
한국을 만나는 상황 여러가지를 가정하긴 했다. 16강 진출을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 등 여러 상황을 상정해 봤는데 (말레이시아가 탈락하게 돼) 그런 일은 일어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선수들의 수준을 매우 잘 알기 때문에 압박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현재 감독을 맡고 있는 내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압박감이다. 내 개인적 상황에서 벗어나 압박감을 내려놔야 한다. 말레이시아 감독으로서 우리 선수들이 강하게 싸우길 희망한다. 말레이시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 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축구 강국 한국을 상대하며 겁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판곤 감독에게) 한국 축구를 잘 안다고 발언했는데 그렇다면 약점은 무엇인가.
어떻게 한국 축구의 약점을 찾을 수 있나. 지난 두 경기에서도 약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선수들은 사람들에게 개개인 기량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보여줬다. 사람들은 (한국대표팀에)비판을 하지만 난 그에 반대한다. 한국 대표팀은 결승 갈 능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물론 약점이 있고 팀 내부에서는 공유한 상태지만 이것을 대외적으로 알릴 순 없다. 한국은 강팀이 맞다.
-(쿨스에게) 1차전과 2차전서 수비 라인업에 변화가 생겼다. 대한민국과의 경기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가.
우리는 이미 전술을 완비한 상태다. 상대를 제압하는 축구가 우리 전술의 주요 골자다. 수비적으로만 나선다면 계속 수비만 하게 돼 기회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지난 경기에서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발견할 수 있었다. 내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보강할 수 있는 부분은 보강하면 된다.
-(김판곤 감독에게) 여론이 전술적 판단과 선수 선발에 대한 비판을 던지고 있는데 이를 해명할 생각이 있는가.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작년에 우리는 최고의 결과를 내며 증명했다. 또한 43년만에 아시안컵 본선에 (자력)진출했다. 선수층 또한 최고다. 나는 그저 앞만 바라볼 뿐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지,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과거는 돌아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디온 쿨스에게)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강한 선수들을 만나는데 어떻게 준비했는가.
그들의 수준을 매우 잘 알고 있다. 일대일 상황을 만들면 안된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매우 위협적이다. 막아낼 수 있도록 선수들의 협동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축구는 11대11 경기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 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들의 상대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김판곤 감독에게) 감독직에 압박을 느끼나. 앞으로 말레이시아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압박은 항상 있다. 그러나 난 지난 2년간 끊임없이 증명했다. 말레이시아 축구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 축구 기반을 마련했기 떄문이다. 물론 압박감이 가끔씩 크게 느껴지긴 한다. 그러나 (경질 등의)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운명일 뿐이다. 그저 묵묵히 준비할 뿐이다. 부정적인 감정, 공포 모두 내려놓고 긍정적인 자세로 임할 것이다.
-(디온 쿨스에게) 향후 대표팀을 어떻게 도울 생각인가.
이제 대회는 없지만 우리는 여전히 말레이시아를 자랑스럽게 하고 싶다. 축구를 아주 좋아하는 나라다. 아시안컵 참가가 매우 기쁘다. 좋은 경기력을 꾸준히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판곤 감독애게) 말레이시아는 지난 2007년 아시안컵에서 단 한 골을 넣었다. 혹시 득점 기록을 늘리고 싶은 생각이 있는가.
한 골이 대체 무엇이 중요한가. 득점 기록을 세우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준비 과정이 중요할 뿐이다. 강한 팀을 상대로 더 많은 느낌과 냄새, 맛을 봐야 한다. 자신감 또한 중요하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또 만날 수도 있다. 한 골을 넣을지 두 골을 넣을지는 모른다. 왜 내일 이길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내일 일은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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