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나선 中…인민은행, 지준율 0.5%포인트 전격 인하
중국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통화정책 완화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다음 달 5일부터 시중은행 예금 지급준비율(지준율‧RRR)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이후 넉 달만이다.
이날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에 장기 유동성 약 1조위안(약 188조원)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준율은 중국 은행들이 예치하고 있는 예금 중 인민은행에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중을 뜻한다. 지준율이 내려가면 은행이 시중에 풀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커진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2022년 4월과 12월, 지난해 3월과 9월에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내린 바 있다. 이번엔 0.5%포인트를 내려 이전보다 인하 폭을 키웠다.
중국 경기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 등으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데에는 망설여왔다. 섣불리 금리를 내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커지면 위안화 약세가 심화할 거란 우려 등에서다. 앞서 지난 22일에도 중국인민은행은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5개월 연속으로 동결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그간 시장 실망감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 2021년부터 내리막길을 걷던 중화권 증시는 올 초에도 하락 폭을 키웠다. 중국 본토 기업들이 다수 포함된 홍콩 항셍지수는 최근까지 10%가량 떨어졌고,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도 각각 약 7%와 10% 하락했다.
이날 지준율 인하는 금융당국이 부양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판 행장은 이날 “2024년엔 총량 측면에서 다양한 통화정책 도구를 종합적으로 운용해 합리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중국 금융당국이 직접적인 주가 부양책을 내놓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23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자들이 2조 위안(약 372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화기금’을 조성해 중국 증시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금은 중국 국영 기업의 역외 계좌에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은 부양 소식에 중화권 증시는 상승세를 탔다. 24일 홍콩 항셍지수는 전장보다3.56% 올랐고, 중국 테크 기업 30종목으로 구성된 항셍 테크지수는 4% 이상 올랐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1.8% 올라 마감했다.
다만 시장에선 중국 경기 부양을 위해 정치 환경의 변화 등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BNY 멜론의 아닌다 미트라 아시아 거시 및 투자 전략 책임자는 "광범위한 개혁 패키지로 보완되지 않는 한 지속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라고 평가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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