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김경율 사퇴? 들은바 없다"…명품백, 여전히 용산과 입장차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갈등 양상은 이렇게 요약된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특화시장을 나란히 방문했던 두 사람은 함께 귀경하면서 화해하는 장면을 보였다. 그러나 갈등의 발단이었던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대응 방안 등을 놓고 양측 입장차는 여전하다.
한 위원장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이 “김 여사 리스크와 관련한 입장이 변했느냐”고 묻자 “내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했다”고 답했다. 그는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함정 몰카지만, “국민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18일)라거나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19일)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가 이른바 ‘윤·한 갈등’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 갈등을 증폭시킨 김 위원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한 것에 관해서는 설명을 하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대로 이번 논란의 본질이 ‘몰카 공작’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여사와 가까운 여권 인사는 통화에서 “함정 몰카의 피해자인 김 여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총선에서 이기든 지든 비열하지 않게 당당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사과하면 더 물어뜯긴다”는 말도 했다.
"김 여사의 선친을 안다"며 접근한 최재영 목사가 좌파 유튜브 ‘서울의 소리’ 측이 준비한 명품 가방을 전달하면서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해당 장면을 불법적으로 찍은 게 논란의 핵심이란 취지다. 이 관계자는 전날 일부 언론이 보도한 김 여사의 사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 내부 분위기와는 너무 다르다”고 부인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에 대해서도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은 발언”이라며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용산이 명품백 이슈를 끊어줘야 한 위원장이 총선을 치를 공간이 확보된다”(고위 인사)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 여사 논란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대통령실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날 발표된 YTN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7명(69%)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에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기자회견·간담회 등을 통한 입장 표명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친인척 문제를 다루는 특별감찰관제 실시, 가능성을 열어둔 제2부속실 설치도 함께 거론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러 각도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며 “결국 윤 대통령이 결단해야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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