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건물 살 돈 날렸다"…'위대한 개츠비' 美무대 올린 신춘수 2전3기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 신춘수(56) 대표의 별명은 '돈키호테'다. 국내에서 ‘지킬앤하이드’, ‘스위니토드’, ‘드라큘라’, ‘데스노트’를 연달아 흥행시키며 뮤지컬 산업의 부흥을 이끌었지만, 미국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전설적인 래퍼 투팍의 노래를 엮어 만든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2014), 러시아 소설 원작의 '닥터 지바고'(2015) 등으로 미국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렸고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저조한 흥행 실적에 얼마 못 가 짐을 싸야 했다.
미국에서의 거듭된 흥행 부진으로 "청담동 건물을 살 수 있는 돈을 날리며 회사를 접을 뻔"했지만 그는 끝내 브로드웨이 진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투자금을 모아 대작을 만들었다. 지난해 말 한 달 간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시범 공연을 전회차 매진시킨 '위대한 개츠비'(연출 마크 브루니) 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브로드웨이 프리뷰 공연을 준비 중인 신 대표를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옥에서 만났다.
Q : 뉴저지 시범 공연 반응은 어땠나.
A : 1200석 극장에서 한 달 동안 열린 공연이 전회차 매진됐다. 창작 뮤지컬 시범 공연이 전회차 매진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Q : 시범 공연 흥행 비결은.
A :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중 하나다. 이미 스토리에 친숙하다는 뜻이다. '재즈 시대'로 불리는 1920년대에 대한 향수도 작용했다고 본다. 일단 '개츠비' 하면 화려한 파티와 저택, 깃털과 금붙이를 온몸에 두른 여자 등이 떠오르지 않나. 그런 기대를 가진 미국 관객들이 뮤지컬에 지갑을 열었다.
Q : 시범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은.
A : '지금 당장 브로드웨이에 올려도 좋은 작품'이라는 평이다. 시범 공연인데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평균 400만 달러(약 53억 5000만원)를 쓰는 시범 공연에 600만 달러(약 80억 2500만원)를 쏟아부었다. 대부분의 제작사는 객석에서 안 보이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최소 인원을 고용하는데 우리는 18명을 썼다. 프로듀서가 여러 명이었다면 이런 방식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Q :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했다. 어떤 의미인가.
A : 뮤지컬의 제작과 마케팅까지 주무를 수 있는 게 리드 프로듀서다. 리드 프로듀서는 뮤지컬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기용하고, 살림과 흥행을 책임진다. 작품 선택, 투자금 모집, 고용과 해고, 캐스팅 등 모든 단계에 관여한다.
Q : 작곡가와 작가, 배우와 제작진이 모두 미국인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K-뮤지컬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A : 사람마다 정의는 다르겠지만 프로듀서가 한국인이라는 점, 그리고 한국 회사인 오디컴퍼니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전 세계 공연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K-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디즈니가 뮤지컬 '라이온킹'을 수출하듯 우리도 수출할 수 있게 되는 거다.
Q : 2014년 미국 공연은 흥행이 저조했다.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A : 천성이 낙천적이다.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에 충실한 스타일이다. 한 마디로 '돈키호테'형 인간이라고 할까. 모두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현실은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미국에 그만 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흥행 저조가 곧 실패라는 생각도 안 했다. 그때 쌓아온 신용과 인맥이 없었더라면 '위대한 개츠비'도 없었을 것이다.
Q : 브로드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극장에서 공연을 올리게 됐는데.
A : 뮤지컬 '위키드' 극장인 거시윈 시어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극장(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오는 3월 프리뷰 공연을 올린 뒤 4월에 정식 개막한다.
Q : 큰 극장의 선택을 받았다는 건 어느 정도 흥행이 예측된다는 의미인가.
A : 미국 시장은 굉장히 냉정하다. 대관 계약을 맺은 작품이라도 흥행이 저조하면 바로 방 빼라는 통보를 받는다. 극장이 대관료 뿐 아니라 작품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도록 계약을 맺기 때문에 안 팔리는 공연을 오래 올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극장과 뮤지컬 제작사는 단지 극장을 빌려주고 빌리는 관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한 배에 탄 운명 공동체다. 당연히 아무 작품이나 올리지 않는다. 브로드웨이 시어터를 거쳐 간 대표 작품은 '미스 사이공'과 '레미제라블'이다.
Q : 앞으로의 꿈은.
A :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를 만든 영국 웨스트엔드의 RUG(The Really Useful Group), '라이온킹'·'알라딘'을 만든 미국 브로드웨이의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회사를 키우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5년 안에 1조원 가치의 뮤지컬 제작사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그 방법은 '위대한 개츠비' 같은 뮤지컬을 더 만들어 지적재산권(IP)을 늘리는 것 뿐이다.
Q : 또 어떤 작품을 만들고 있나.
A : 영국 소설가 에밀리 브론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폭풍의 언덕'을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먼저 무대에 올리고 내년에 미국에서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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