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병립형 급선회로 이낙연 차단 나서나…“총선, 자선사업 아냐”
제3지대 신당이 난립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준(準)연동형 선거제를 폐기하고 병립형 선거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거제 관련 의원총회를 하루 앞둔 24일 당 지도부는 잇따라 ‘병립형 선거제 불가피론’을 띄우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다른 당을 도울 만큼 민주당이 여유롭지 않다”며 “총선은 자선사업이 아니다”라고 썼다.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치하 총선 승리가 선(善)이고 패배가 악(惡)”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지도부 안에선 병립형 선거제 선호 의견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7일 이 대표 당무 복귀에 맞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선거제를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였다. 회의에선 “소수정당이 난립하면 비례연합정당을 만들더라도 이전투구처럼 비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참석자 대다수가 “병립형 선거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다만, 지도부에선 시민단체의 반발을 우려해 “병립형 선거제로 돌아가더라도 ‘지역주의 해소’ 명분을 쥘 수 있게 지역을 나눠 비례대표를 뽑는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재야·시민단체가 반발할 경우 이들에게 일부 비례 순번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급선회는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이원욱·김종민·조응천) 등 ‘이탈 민주’ 신당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달리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간 신당은 연동형 비례제 없이는 원내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을 찌를 정당이 왜 국회에 들어오게 방치하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들이 유효한 의석을 차지하면 체포동의안 표결 같은 국면에서 ‘반(反)민주당’ 캐스팅보터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일부 인사들은 병립형으로 돌아가 여야가 함께 책임을 나눠서 지는 게,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난받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준연동형제 실시는 4년 전 21대 총선을 앞두고 한 약속이었지만, 위성정당 금지는 최근까지 민주당이 수차례 공언한 약속이라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병립형 회귀는 한 번에 욕먹지만, 위성정당 창당은 두고두고 욕먹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에선 병립형 회귀를 추진하되 위성정당 준비 작업은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야가 선거제 개정안 합의에 실패하는 ‘노딜(no deal)’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도부 관계자는 “여야가 병립형 제도를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수도 있다”며 “여당만 위성정당이 있는 상황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5일 국회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제에 대한 토론을 벌일 방침이다. 지도부의 ‘병립형 선호’ 기류와 달리 당에선 준연동형 제도를 전제로 한 범(汎)야권 ‘비례연합정당’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4선 우원식 의원은 이날 30여명 의원과 함께 “윤석열 정부 대 민주개혁진보세력의 구도를 강화하고, 그 결과서 정부·여당의 의석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성명을 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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