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송금한 580만 원, 그냥 돈이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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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남편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다 보니 놀라움은 차츰 애틋한 경외심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숫자는 남편이 인내한 흔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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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기자]
얼마 전 아침에 카톡이 왔습니다. 나의 남편, '히어로'였습니다.
"생활비 보냈어요. 확인해 보세요."
▲ 카센터에서 일하는 나만의 히어로 |
ⓒ 임태희 |
나는 계좌를 열어 보고 놀랐습니다. 평소 넣어주던 금액보다 580만 원이나 더 많았습니다. 히어로가 매달 50만 원 씩 적금을 붓고 있다는 걸 다 알고 있었으면서. 적금 만기가 가까워졌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그 돈 내 생일선물로 받고 싶다고 뻔뻔하게 탐을 내 놓고선....
그럼에도 나는 놀라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 뜻밖의 일은 아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찌르르-, 찌르르-, 자꾸만 아프게 움직였습니다.
5,800,000. 이 숫자가 어떻게 모였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상 속 작은 순간과 순간, 주머니 속의 돈을 꺼내지 않고 만지작 거리기만 했을 남편의 손. 주머니 위를 쓰다듬어 돈이 그대로 잘 있는지 살피기만 했을 남편의 손. 그렇게 남편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다 보니 놀라움은 차츰 애틋한 경외심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5, 그리고 8, 그 뒤로 0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숫자는 남편이 인내한 흔적이었습니다. 최저시급에 가까운 급여를 한 푼 두 푼 모아간 일 년의 시간. 하루에도 수십 번 스쳐 지나간 사소한 소비욕을 꺾으며 아무도 모르게 홀로 인내한 시간. 커피 한 잔, 담배 한 갑처럼 너무 사소해서 더 꺾기 어려웠을 그 마음들... 시린 겨울 바람보다 더 시리게 나의 가슴 속에서 남편이 인내한 시간들이 지나갔습니다.
'지난 가을에 마당을 수리 하느라 돈 쓸 곳이 많았지. 그래서 한 달은 저축하지 못하고 건너뛰었나 보구나. 50만 원씩 열한 달이면 550만 원이고 그 돈으로는 이자도 조금일 텐데 어째서 30만 원이나 넣은 거지?
곰곰이 계산을 해보다가 다시금 마음 안으로 시린 감정들이 와르르 밀려들었습니다.
'이 사람, 통장에 남은 자투리 돈까지 박박 긁어서 아낌없이 다 주었나 봐...'
요즘 생활물가가 너무 높아 비상이지요. 난방비도 오르고 전기요금도 많이 올랐더군요. 무섭게 올랐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 뿐입니다. 우리 부부 사이에 달라질 건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 삶은 계속되고 우리 사이에 더 많은 인내와 사랑이 필요할 뿐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아무리 추근대어도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자꾸만 따라붙어도 사랑을 더 크게 복리로 굴리며 살아가면 될 일입니다.
삶이 팍팍할수록 서로 더 많이 아껴주며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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