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보증사고·공매…지방發 ‘위험 신호’에 벼랑 끝 내몰린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간 데 이어 지방 건설사의 폐업·부도·법정관리·보증사고·공매 등이 잇따르고 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한 자금난을 버티지 못해 한계에 다다른 지방 건설사가 늘고 있다.
24일 법원 공고 등을 보면 지난해 12월 건설사 10여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해도 벌써 10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가 늘고 있는데, 대부분 지방 중견·중소 업체들이다. 최근 울산 지역 시공능력평가 1위 부강종합건설과, 2위 세경토건이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 지방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역 상위권 건설사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해광건설과 거송건설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시공능력평가 99위 한국건설이 4곳의 사업장 중도금의 이자 5억여원을 내지 못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 회사의 사업장은 광주 22곳, 전남 6곳으로 연쇄 부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도와 폐업도 급증했다. 지난해 부도난 건설업체(폐업, 등록말소는 제외)는 22곳으로 1년 전보다 8곳(50%) 늘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또한 지난해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는 1년 전(362건)보다 219건 증가한 581건에 달했다. 이는 2005년(629건)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시행·건설사의 자금난으로 인한 주택 분양·임대보증사고도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에 가입한 사업 주체가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경우 분양사고가 돼 HUG가 수분양자들이 납부한 계약금 등을 돌려준다. 지난해 HUG의 주택 분양·임대보증사고는 15건인데, 사고 금액은 2022년(57억원·1건)의 165배인 9445억원에 달한다.
전북 익산시 ‘유은센텀시티’는 호남기반의 지역 건설사들이 시행·시공을 맡아 136가구 규모의 민간임대 아파트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시행사가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지난해 8월부터 공사가 중단됐고, 지난해 말에는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분양 계약자(임차인)는 126가구이며, 1억원가량의 보증금을 낸 상태다. HUG는 지난 2일 이 사업장을 보증사고 현장으로 분류해 환급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방 건설사들은 돈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지만, 금리가 연 10% 이상으로 오르고, 미착공, 미분양 등으로 자금 회수 길이 막히면서 만기가 돌아온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연장에 실패하는 등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에 1만465가구로 지난해 초(7546가구)보다 38% 늘었다. 이중 지방 물량이 전체 80%(8376가구)를 차지한다.
지방 건설사가 흔들리면서 피해는 수분양자와 하도급업체에 이어지고 있다. 분양보증을 받은 사업장의 경우 수분양자가 이미 지불한 계약금, 중도금 등에 대해 보호를 받지만, 공사 중단에 따른 입주 지연 등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HUG 관계자는 “보증사고의 경우 먼저 사업장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데, 요즘 상황에선 이를 대체할 건설사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대금 지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하도급업체의 흑자도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하도급 공사를 맺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답변에 응한 104개 현장(71개사) 중 92곳에서 대금 미지급 등 직·간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 피해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게 건정연의 설명이다. 홍성진 건정연 연구위원은 “하도급업체는 서민 경제와 밀접하기 때문에 우선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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