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사령탑에 안준호 감독, 암흑기 탈출할까

이준목 2024. 1. 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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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표팀 전력강화- 귀화선수 플랜, 농구협회는 '묵묵부답'

[이준목 기자]

안준호 감독이 위기의 한국 남자농구를 이끌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대한민국 농구협회는 지난 1월 23일 이사회를 통하여 안준호 감독과 서동철 코치를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표팀 경기력향상위원회는 '2025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예선(윈도우1)'에 대비한 2024 남자 농구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 24인을 선발했다.

안준호 감독과 서동철 코치는 모두 프로농구 감독 출신이다. 또한 두 사람은 남자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감독과 코치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 12월 19일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코치 후보군에 대한 면접을 거쳐 또다른 지원자였던 강을준, 이상윤 감독 등을 제치고 단독 후보로 추천받아 사실상 코칭스태프로 내정된 상태였다.

안준호 신임 감독은 여자 실업농구 코오롱(1995~1996), 남자프로농구 청주 SK 나이츠(현 서울 SK 1996~1999) 감독을 역임했으며,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 삼성의 감독을 맡아 2005-06시즌 챔피언전 우승, 구단 역사상 최장기간인 8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금까지 삼성의 마지막 우승 기록이기도 하다. 삼성 감독직을 사퇴한 이후 KBL의 전무이사를 맡으며 행정분야에서만 활동했던 안 감독은 농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무려 12년 만에 현장 지도자로 복귀하게 됐다.

서동철 코치는 상무와 여자농구 청주KB의 지휘봉을 잡았으며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역임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부산-수원 KT 소닉붐을 맡아 2023시즌까지 5년간 지휘봉을 잡아왔다. 남녀농구를 오가며 다양한 코치와 감독 경험을 쌓았고 비교적 최근까지 현장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공백기가 길었던 안 감독의 약점을 보완해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남자농구는 최근 극심한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2014년 홈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을 끝으로 10년 가까이 국제무대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못하고 있다. 올림픽 본선무대는 1996년 애틀란타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열린 농구월드컵 본선행도 예선에서 기권하며 실격당했다.

심지어 전임 추일승 감독은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7위라는 한국농구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통산 5번째 금메달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항했지만, 라이벌 일본-중국-이란에 줄줄이 연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부진한 경기력에 부상자 속출, 국가대표 선수들의 나태한 태도, 현대농구 흐름에 뒤쳐진 올드한 농구스타일, 협회의 부실한 지원 등 오랫동안 누적된 한국농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모두 터져버린 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추일승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협회와의 계약이 만료되며 조용히 물러났다. 하지만 정작 '항저우 참사'에 대한 가장 큰 책임과 수습의 의무가 있던 대한민국 농구협회는 아시안게임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입장표명이 없었다. 성적부진의 책임을 그저 추일승 감독과 선수들에게만 전가하고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안준호 신임 감독이 맡을 한국 남자농구의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안 감독이 아무리 프로농구에서 손꼽히는 명장이었다고 하지만, 10여 년의 현장공백은 너무 길고 나이도 칠순을 바라보는 노장이다. 왜 지금 안준호 감독이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뚜렷한 명분이나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정체된 대표팀의 전력강화에 대한 대책도 오리무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귀화선수 문제다. 아시아 농구계에서 귀화선수 영입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지난 7년간 한국농구의 에이스로 활약해온 라건아는 올해초 열리는 FIBA 아시아컵 예선을 끝으로 농구협회와의 국가대표 계약이 만료된다.

물론 라건아가 대표팀 은퇴 의지를 번복하고 재계약할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를 감안할 때 대체자를 찾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협회는 라건아와 재계약 문제도, 새로운 귀화선수에 대한 플랜도 묵묵부답이다.

농구협회가 안 감독 선임과 동시에 발표한 국가대표 예비명단인만 봐도 그렇다. 예비명단 24인중 부상으로 현재 소속팀에서도 경기에 전혀 뛰지 못하고 있는 프로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2월 중순에 열리는 아시안컵 예선까지 몸상태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협회가 선수들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프로구단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거듭된 실패에도 반성과 혁신이 없는 조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국가대표 가드 허훈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충격패를 당한 이후 "요행만 바라는 것 같다"며 한국농구의 준비 부족에 쓴 소리를 남긴 바 있다. 몇 달의 시간이 지났지만 어쩌면 지금도 여전히 한국농구는 요행만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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