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인문대학 학장들 "'무전공 모집' 중단해야…인기학과 쏠림 심화할 것"(종합)
인기학과 쏠림 현상 심화 지적
단계적·순차적 진행 목소리도
교육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모집'에 대해 전국 인문대학 학장들이 일부 인기학과 쏠림 현상을 심화하고 기초 학문을 붕괴시킬 수 있다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국인협)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사인협)는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내고 무전공 모집을 원점에서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인기학과 쏠림 현상 심화…기초 학문 갈 곳 없어"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은 이날 "현재와 같이 전공 선택에서 소수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대다수 학생은 결국 시류에 따라 인기 학과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교육부의 당초 취지대로 무전공 제도가 학생들이 적성과 흥미에 맞는 전공을 찾아 선택하도록 돕기 어렵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마련한 시안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과 거점 국립대 등은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 선발을 확대해야 정부로부터 인센티브 사업비를 받을 수 있다.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은 2025년도 신입생부터 무전공 또는 자유전공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대학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은 뒤 이후에 전공을 결정하도록 하는 무전공 모집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 대상은 서울대, 부산대 등 국립대와 수도권 사립대 등 전국 73개 대학이다. 다만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하더라도 의과·약학대학 등 보건의료계열이나 사범대학 진학은 허용되지 않는다.
강 교수는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제도는 라이선스가 필요한 의대, 약대, 법대 등이 모두 학부로 운영되는 유럽식과 전문 대학원 형태로 운영되는 미국식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것"이라며 "서로 다른 시스템을 섞어 이식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미 몇몇 대학이 시행하는 자율전공제 및 학부제의 성과를 고려할 때 무전공 확대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재용 강원대 인문사회디자인스포츠대학장은 "강원대의 경우 이미 자율전공 및 학부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시행 결과 전공이 없는 1학년 학생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문제점을 겪고 있다"며 "이미 비슷한 제도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왜 교육부가 무전공을 확대 추진하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당장 내달 입시 요강 발표인데…"성급한 시행"
교육부가 무전공 관련 계획 수립 과정에서 각 대학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각 대학은 내달부터 신입생 입시 요강을 발표하고 3월부터 무전공 모집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강 교수는 "학생 모집 제도에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먼저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의견 수렴 그리고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 수립이 먼저 이뤄져야 하며, 무전공 모집 학생들을 위한 제도 수립과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교육부는 1월 하순에 접어든 지금까지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교육 제도 변화를 1년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교육부가 각 대학과 무전공 세부 방안에 관해 논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강 교수는 "서울대가 교육부로부터 처음 모집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시점이 불과 두 달 전이다. 문서로 확인한 시점은 12월 중순쯤"이라며 "교육부는 1월 말까지 무전공에 대한 최종 계획안을 수립해 각 대학에 알리겠다는 계획인데, 그 전에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서둘러 오늘 입장문 발표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인문대학 학장들은 교육부의 일방적이고 성급한 무전공 모집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단계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강 교수는 "서울대의 경우 내년 3월부터 신설되는 첨단융합학부 모집으로 인해 모든 내부 구성원이 준비에 여념이 없다"며 "여기에 무전공 모집까지 겹쳐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없다.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대안이 마련된 후 순차적이고 단계적인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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