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순대, 1000만원 자릿세…'바가지 지역축제'의 굴레[예잇수다]

김희윤 2024. 1. 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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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천 꽁꽁축제 야시장을 찾은 한 방문객이 야시장 먹거리 부스에서 본 메뉴 가격은 "순대 한 접시에 2만 원, 떡볶이와 국수 각각 7000원"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5월엔 한 공중파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경북 영양 '영양 산나물 축제'의 옛날 과자 한 봉지(1.5㎏) 7만원 논란, 지난해 한 일본인 유튜버가 올린 함평 나비축제의 어묵 한 그릇 1만원 영상 등엔 국제 망신이라는 댓글과 함께 '이것이 지역축제의 민낯'이라는 지적이 연일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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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 한 접시 2만원"

최근 홍천 꽁꽁축제 야시장을 찾은 한 방문객이 야시장 먹거리 부스에서 본 메뉴 가격은 "순대 한 접시에 2만 원, 떡볶이와 국수 각각 7000원"이었다고 한다. 그는 총 3만4000원을 지불하고 분식을 먹었는데 "참 너무한다"며 호소 글을 올려 비난이 일었다. 축제는 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이자 오랜 전통 양식이다. 축제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마음이 설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전국 곳곳에서 개최된 축제에서는 '바가지요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축제 현장 전경.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계 없음.

지난해 5월엔 한 공중파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경북 영양 '영양 산나물 축제'의 옛날 과자 한 봉지(1.5㎏) 7만원 논란, 지난해 한 일본인 유튜버가 올린 함평 나비축제의 어묵 한 그릇 1만원 영상 등엔 국제 망신이라는 댓글과 함께 '이것이 지역축제의 민낯'이라는 지적이 연일 이어졌다.

지역축제의 음식 바가지요금이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일까. 전국 어느 축제를 가도 천편일률적인 메뉴,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에 어제까지 다른 축제에서 쓰고 옮겨온 듯한 천막과 간이 식탁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을 보고 있자면 축제 프로그램에서 받은 감동과 추억이 그 자리에서 모두 휘발되고 씁쓸한 기억만 남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 같은 바가지 문제를 파악하고는 있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남녀노소가 좋아할 지역의 특색있는 먹거리 개발이 어렵고, 지역 상인이 축제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조직위원회가 모든 것을 관리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이를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지자체는 먹거리의 재료와 종류, 가격과 품질을 관리하고 보증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축제 현장의 음식값이 그렇게 비싼 것일까. 김종원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은 "지역 축제에서 바가지요금 문제를 일으키는 업소는 대부분 외지에서 들어 온 상인들"이라며 "지역 축제 주변 사유지를 임대해서 축제 기간 중 외지 이동 상인을 대상으로 재임대를 하는데 이 비용이 많게는 1000만 원 수준이라 이 비용 회수를 위해 상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비난을 각오하고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운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외지 상인의 진입을 막는 것이 해결 방법일까. 지역 상인들은 그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공정성을 위해 먹거리존을 공모 방식으로 채택하는 지자체도 있는데, 실제 축제 현장은 노점에 가까워 야외에서 부스를 운영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을 보유한 식당이 유리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된 점포만 참여가 가능한 구조다. 특색있는 지역의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되는 상인은 애초에 축제는 고려하지 않다 보니 매년 참여했던 식당만 반복해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가 심화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축제 먹거리 정보공개 시스템을 도입하고 올해부터는 바가지요금 관련 관리평가 항목을 신설해 축제 먹거리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나섰지만, 시행 반년 동안 전체 지역축제 1129개 중 참여 축제는 155개에 그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세계인을 사로잡은 K-컬처의 중심에는 음식과 우리 전통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외래관광객 2000만 유치를 목표로 하는 지금, '바가지요금'으로 국민의 신뢰조차 얻지 못한다면 외국 관광객 앞에 우리 음식과 문화를 어떻게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을까.

편집자주 - 예잇수다(藝It수다)는 예술에 대한 수다의 줄임말로 음악·미술·공연·관광 등 문화 전반의 이슈와 트렌드를 주제로 한 칼럼입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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