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악화 우려 속 "내수 살린다"…정부, 또 감세카드 만지작
정부가 새해 들어 “내수를 살리겠다”며 잇따라 감세 정책을 내놓자 일각에선 재정 악화를 우려한다.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감세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음 감세 카드 준비하는 정부 “감세 외 할 것 여의치 않아”
24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다음 감세 카드를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재정에 작은 영향을 주면서 중복 과세 측면이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관계자는 “감세 기조는 현 정부의 경제철학”이라며 “고물가 속에 내수 살리기가 시급한 상황에서 감세 외 정부가 쓸 만한 정책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기업과 가계의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소비 등이 늘어나 내수가 활성화하고 이에 따라 세수 확충→재정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지리라는 계산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간과 시장 중심의 경제정책 혜택이 결국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
민간에선 다음 감세 카드로 법인세 추가 인하 등을 기대한다. 앞서 윤 정부는 2022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4%로 1%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7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를 통해 법인세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그는 “법인세는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세목으로 글로벌스탠다드를 고려해야 한다”며 “법인세 인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경쟁력과 국제적 법인세 수준 등을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 중심의 역동적인 경제를 위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 과세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4%)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21.2%·2019년말)보다 2.8%포인트 높다. 반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15%까지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기업계와 학계 등도 국내 법인세 추가 인하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2월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경영학과 교수 211명 중 66.1%의 응답자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9.7%는 “중장기적으로는 더 인하하되 당분간은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10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중견기업의 58.6%는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확대에 가장 도움이 된 정책이었다”고 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로도 추가적인 법인세 인하를 요청하는 답변(44.4%)이 가장 많았다. 다만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추가 인하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잇단 감세 정책에 재정악화 우려 여전…대부분 국회 동의 필요
정부가 추가 감세 카드를 집더라도 걸림돌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지난해 11월까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가 64조 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중앙정부 채무는 1109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최 부총리는 지난 21일 KBS와 인터뷰에서 “정부 세제 지원 규모가 많이 커서 세수에 큰 부담이 되지 않냐는 걱정을 하지만, 큰 규모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감세안 대부분은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국회의 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시각이 많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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