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건강검진: ADHD가 아니라 불안한거라고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②]
요즘들어 매체에서 <ADHD>라는 병명이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 상담센터에도 “제가 혹시 ADHD는 아닐까요?”라고 묻는 성인이나 “우리 아이가 ADHD는 아닐지 신경 쓰어요”라고 하는 부모님들이 자주 찾아오는 추세이다. 아마도 자신이나 가족을 좀 더 이해하고 돌보려는 노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이는 정말로 ADHD일까?
ADHD란,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약자이다. 일상 과제를 자주 까먹게 되거나 집중을 어려워하는 사람, 매우 성급해 지금 당장 행동하거나 말하기를 참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이 두 가지 성향을 모두 보이는 사람들을 모두 통틀어 ADHD라고 한다.
다만 이런 성향을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ADHD라고 진단 내리지는 않는다. 주의력 저하의 이유는 다양한 편이다. 정말로 ADHD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우리 아이, 산만한 걸까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A의 어머니는 학기 초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수업 참여를 어려워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꼼지락 거린다고 하며, 특히 긴 문장을 적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좀처럼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문제를 풀라고 주의를 주면 오히려 더욱 산만해져서 친구들에게 장난을 걸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친구들의 지적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A의 어머니는 혼란스럽다. 작년에는 크게 지적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과격한 장난을 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남자애들이 으레 그러하듯 우리 아이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나도 어렸을 때 그랬는데, 잘 컸다. 문제 없다”고 하지만, 한 번 지적을 받고 나니 심란하기만 하다. 신경이 쓰여 직접 공부를 시키자니 아이를 다그치게만 되고 어쩐지 더 산만해는 것 같다. 혹시 우리 아이가 ADHD일까? 걱정이 된다.
A는 종합심리검사와 컴퓨터로 수행하는 주의력 검사를 실시했다. 심리 검사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주의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아이. 스트레스가 주의력에 영향 줄 수 있어
우선 A는 지능이 불균형하게 발휘되는 것으로 평가되었는데, 다른 능력은 모두 평균 수준 이상이지만 주의력을 요구하는 ‘작업기억’ 및 ‘처리속도’ 영역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주의력 검사 결과, 아동은 주의력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었다. 긴 시간 동안 주의력을 유지하면서 숙고하는 것이 어려운 모습이다.
그리고 A는 언어적 표현력이 적절한 것으로 평가되는 한편, 정서검사에서는 자신의 생각이나 기분을 표현하기 어려워했다. 융통성이 부족하고 정서적 예민성이 저조한 것으로 시사되는바, 정답이 모호한 과제에서는 쉬이 불안해지고 안절부절 못했을 수 있겠다. 자발적인 응답을 어려워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불안으로 인해 주의력이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시사되며, 모호한 불안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산만하거나 장난스러운 행동으로만 드러냈을 것으로 고려된다.
어머니의 경우, 다른 사람의 평가에 취약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 현재 아이가 지적 받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아버지의 경우 열정적이고 긍정적이지만 인내력은 부족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시사된다.
검사자 제안: 산만하지만 ADHD는 아님. 불안 때문에 주의 산만해질 수 있어요.
A는 주의력이 불안정하다. 다만 스트레스 등의 감정을 처리하는 능력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자신이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동요할 때 안절부절 못하면서 주의력이 저하되었을 수 있겠다. 또한 선생님의 지적, 친구들의 시선, 어머니의 다그침 같은 외부 자극은 아동의 자신감을 저하시키고 불안을 상승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A는 장난스럽고 산만한 행동으로 불안을 드러냈던 듯하다
A에게는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여 이완할 수 있도록 돕는 심리치료가 도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신감을 상승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잘 해야 한다’, ‘집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놓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어머니는 현재 스트레스로 인해 일관된 양육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어머니가 직접 교육을 시키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잘 하는 것보다도 우선 일단 뭐라도 하는게 중요하다’는 점을 평소 말해주는 것이나, 일상에서 ‘성공경험’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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