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가보니…'민주당원 견제 투표'에도 '샤이 트럼프' 막강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에서 열린 공화당 두번째 대선 경선에서도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따돌리고 아이오와에 이어 2연승을 거뒀다. 그의 승리는 현지 투표장에서도 어느 정도 감지됐다. 동시에 트럼프의 독주를 막기 위해 투표에 참여한 민주당 지지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중앙일보가 이날 뉴햄프셔 맨체스터시 앤소니 커뮤니티 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 12명과 인터뷰한 결과 2명은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의 당선을 막기 위해 공화당 경선에 참여해 헤일리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모두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었다.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공화당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힌 에드워드 맨지(62)는 “트럼프를 막기 위해 무소속으로 신분을 바꿔서 공화당 헤일리에게 투표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안타깝지만 결국 미국 최초의 독재자가 탄생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여성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행히 무소속이라 공화당 헤일리를 뽑을 수 있었다”며 “민주당적이 있는 남편은 무소속으로 신분을 바꿀 시기를 놓쳐 아쉽게 투표를 포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같은 무소속 뿐만 아니라 민주당원들도 트럼프를 막기 위해서 이런 결정을 한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원들만 참여할 수 있는 코커스(당원대회)와 달리 뉴햄프셔에서 이날 열린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는 무소속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당원들은 자신이 속한 당 투표에만 참여해야 하고, 무소속은 민주·공화당 경선 중 하나를 택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도 트럼프를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역선택’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의 승리를 장담했다.
리사 그레벌(53)은 “공화당 선거에서 민주당원들의 지원과 그들의 표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헤일리가 절대로 공화당 후보가 아니라는 의미”라며 “민주당의 목표는 단지 트럼프를 막으려는 것일뿐이지 헤일리를 지원한 민주당원들은 헤일리가 공화당 후보가 되더라도 그가 아닌 바이든에게 모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이그 로웰(41)도 헤일리가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의 전략적 지원을 받는 기류가 오히려 헤일리에게 독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헤일리와 그의 유권자들이 뉴햄프셔에서 강하게 나오는 것이 오히려 그의 단점이 될 것”이라며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재기를 노리겠다고 하겠지만, 결국 헤일리는 머지 않아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화당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투표 성향을 공개하는 데 조심스러운 듯 했다. 기자는 투표소에서 20여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요청에 응한 공화당 지지자는 3명에 불과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9명으로 3배에 달했다.
그런데 투표소의 투표 결과는 748 대 408로 트럼프가 2배 가까이 헤일리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를 거부하며 자신의 정치 성향을 숨긴 사람 중 상당수가 트럼프 지지 사실을 숨기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오는 11월 대선이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대결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불안감도 확대되고 있었다. 찰스 시몬스(70)는 “바이든이 너무 늙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바이든은 여전히 똑똑하고 경험이 많지만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론 개느너(73)는 “아예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바이든은 나이가 너무 많아서 보고 있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고 했다.
맨체스터=김형구ㆍ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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