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두고 떠난 ‘전생’…오스카 주목받은 셀린 송
“변화하는 정체성에 관한 반드시 봐야 할 이야기”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작품상 등 2개 부문에 수상작 후보로 올랐다.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녹인 이 영화는 지난해 공개 당시 “미국과 영국의 올해 개봉작 중 넘버 원”(가디언), “지난 20년간 본 영화 중 최고의 장편 데뷔작”(영화감독 기예르로 델 토로)이란 극찬을 받았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제2의 ‘기생충’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에 따르면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로 올랐다. 송 감독은 미국 데드라인에 “정말 놀랍고 영광스럽다. 달 위에 떠 있듯 황홀하다”며 “이 영화의 일부였던 사람, 작품에 대해 나와 얘기를 나눈 사람 등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 감독은 영화 ‘세기말’과 ‘넘버 3’ 등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기도 하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별에 관한 이야기”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서울에서 연인이었던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0여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다. 작품은 ‘인연’이란 개념을 경유해 정체성을 탐구하는 듯하다. 나영이 해성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에서 보낸 유년시절을 ‘전생’(패스트 라이브)으로 간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국 가디언은 ‘패스트 라이브즈’에 5점 만점을 주며 “잃어버린 사랑, 어린 시절의 짝사랑, 변화하는 정체성에 관한 반드시 봐야 할 이야기”라고 평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정, 사랑, 후회,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진정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하는 작품”이라고 봤다.
나영은 송 감독의 분신 같다. 나영이 그랬듯 송 감독도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민 갔다. 나영의 직업(극작가)과 가족관계(미국인 남편)도 송 감독과 비슷하다. 송 감독은 한국에서 온 옛 애인과 자신의 남편을 뉴욕 이스트빌리지 한 술집에서 만난 경험에 착안해 ‘패스트 라이브즈’를 썼다. 송 감독 자신도 한국에서 보낸 유년기를 일종의 전생처럼 느낀다고 했다. “어딘가에 무엇을 두고 오면 그것을 전생이라고 느낄 수 있다”(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별에 관한 이야기”라며 “현실에선 다른 나라에 두고 온 12세 어린이(한국에 살던 어린 나영)의 장례를 치를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의식을 치르며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3개 부문 후보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해 1월 제39회 선댄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여러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지난해 11월 고담 어워즈를 시작으로 뉴욕비평가협회, 전미비평가위원회, LA비평가협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미국영화연구소는 ‘올해의 10대 영화’에 ‘패스트 라이브즈’를 꼽았고, 인디와이어, 롤링스톤, 가디언 등 외신도 지난해 최고의 영화로 이 작품을 선정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또는 한국계 감독 작품이 후보에 오른 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과 ‘미나리’(감독 정이삭)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두 주연배우 그레타 리와 유태오의 연기도 호평을 얻고 있다. 두 사람은 미국 독립 영화계의 아카데미로 일컬어지는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최우수주연상 후보로 올랐다. 그레타 리는 골든글로브 어워즈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리가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 것을 두고 “올해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미국 콜라이더)란 비판도 나온다. 유태오는 다음 달 열리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배우가 이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도 영화는 같은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오리지널 각본상 후보로 올랐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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