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고개 숙여 사과' 호날두…"중국은 제2의 고향" 립서비스까지→'한국 노쇼' 생각나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알나스르가 중국 방문 친선경기를 돌연 취소하면서 파문이 불거지고 있다.
소속팀 간판 선수인 발롱도르 5회 수상 경력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기 위해 몰려든 중국 팬들이 항의하자 알나스르가 이례적으로 중국 팬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5년 전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 소속으로 팀K리그와 친선 경기를 위해 한국을 찾은 뒤 경기에 뛰지 않고 벤치에만 있다가 거센 비난 받은 것과 180도 상반되는 행보다.
알나스르는 2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단이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24일, 28일 (중국 선전에서) 치를 예정이던 두 경기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여기 선전에서 중국 축구 팬, 특히 호날두 팬들의 성원을 받고 있다. 이런 점과 더불어 사우디와 중국의 끈끈한 관계까지 고려하면 계획대로 선전에 트레이닝 캠프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사 주최 측과 (친선전) 일정을 최대한 빨리 새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며 "구단은 이번 행사를 위해 무조건 헌신하려 했다. 호날두를 포함한 전체 선수단을 이끌고 투어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중국팬들은 과거 리오넬 메시와 함께 세계 축구를 양분하던 슈퍼스타로, 지난해 공식전 최다골 주인공인 호날두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알나스르는 앞서 지난해 12월31일 사우디아라비아 부라이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 19라운드 알타아원과의 원정경기에서 4-1로 낙승을 거뒀다. 승점 46을 빚으며 선두 알힐랄(승점 53)과 승점 7 차이를 유지, 2위로 2023년을 마무리했다.
호날두는 팀이 3-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헤더로 쐐기골을 터트렸다. 팀의 마지막 득점을 올리며 승리의 여신과 손을 잡았다.
단순한 1골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정규리그 20호골을 작성하며 사우디리그 득점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또한 올해 자신의 총 득점을 54골로 늘렸다. 호날두는 올해 공식경기 59경기에 나섰다. 사우디 프로리그에서 34골, 컵대회에서 1골,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3골, 아랍 클럽챔피언스컵에서 6골,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10골을 선보였다.
올해 전 세계 축구선수 중 최다 득점을 올린 선수로 이름을 빛냈다. 호날두가 한 해 최다 득점자에 오른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앞서 2011년, 2013년, 2014년, 2015년 기쁨을 누렸다. 또한 2016년 55골 이후 두 번째 다득점 기록을 세웠다.
일찍이 최다 득점을 확정했다. 호날두는 지난 27일 사우디 프로리그 18라운드 알이티하드전에서 2골을 보탰다. 페널티킥으로만 전, 후반 한 골씩 넣으며 팀의 5-2 대승을 견인했다. 공식경기 53골로 각각 52골을 기록한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를 제쳤다. 케인과 음바페는 올해 남은 경기가 없어 호날두를 추월하는 게 불가능했다.
케인은 토트넘 홋스퍼, 뮌헨,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활약했으며 토트넘에서 18골, 뮌헨에서 25골, 대표팀에서 9골을 넣었다. 음바페는 파리 생제르맹에서 42골, 프랑스 대표팀에서 10골을 빚었다.
올해 50골을 넣은 프리미어리그의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이 당시 두 경기를 남겨둔 상태였지만 최근 발 부상으로 결장 중이라 확률은 희박했다. 홀란은 맨시티에서 44골, 노르웨이 대표팀에서 6골을 쌓았다. 호날두가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한 골을 더 추가하며 쐐기를 박았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도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해지했다. 올해 초 사우디 알나스르로 둥지를 옮겼다. 여전히 유럽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음에도 예상 밖 선택을 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계약 기간은 2년 반이었고, 연봉은 2억 유로(약 2900억원)였다.
이적 첫 시즌 경기력에 기복을 보였지만 리그 16경기에 출전해 14골을 넣었다.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시즌에는 20골 고지를 밟았다. 올해 사우디 리그에서 총 34골을 쌓는 동안 오른발로 23골, 왼발로 8골, 머리로 3골을 기록했다. 해트트릭은 3차례, 페널티킥은 11골, 프리킥은 2골이었다.
눈부신 한 해를 보냈음에도 2023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포르투갈 '아 볼라'는 지난 29일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 발표를 인용해 자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영예의 선수 10명의 면면을 공개했다. 1위는 홀란, 2위는 음바페, 3위는 미국 MLS 인터 마이애미에서 활약 중인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 리오넬 메시였다. 홀란은 총 208점을 얻었고, 음바페와 메시는 각각 105점, 85점을 받았다.
호날두는 없었다. IFFHS 발표에 따르면 호날두는 이탈리아 인터 밀란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려 11위에 자리했다. 호날두는 6점을 받았고, 마르티네스는 7점을 획득해 10위가 됐다.
기대 이하의 결과 속 호날두는 '아 볼라'의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 눈물을 흘리며 웃는 이모티콘 3개와 원숭이가 눈을 가리는 듯한 이모티콘을 적으며 IFFHS의 발표를 웃어넘겼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호날두는 그의 순위에 웃었다. IFFHS의 발표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했고, 자신의 SNS에 격투기 선수 코너 맥그리거와 박장대소하는 사진을 올렸다"고 전했다.
호날두는 올해 최다 득점자를 차지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축구 열기 만큼은 세계적인 중국에 온 것이다. 알나스르는 당초 24일 상하이 선화, 28일 저장FC와 친선전을 치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런 발표만으로는 갑작스러운 경기 취소에 화난 중국 팬들을 달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매체 ESPN 등은 일부 팬은 알나스르 선수단이 묵고 있는 선전 시내 호텔로 몰려가 거세게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알나스르가 언급한 '통제할 수 없는 이유'는 호날두의 부상이다.
호날두는 이례적으로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팬들에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을 사과했다. 호날두는 "내게 오늘은 슬픈 날이다. 중국 팬들, 특히 선전에 온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축구를 하다 보면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22년을 축구 선수로 뛰었다. 그간 부상이 많지는 않았는데, 매우 슬프다"며 "여기 중국에 와서 투어를 즐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이 보여준 환대와 이곳의 문화 덕에 항상 중국이 제2의 고향이라고 느낀다"며 "우리는 경기를 연기했을 뿐이다. 취소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호날두는 투어 전후로 허벅지 뒤 근육을 다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상이 장기화하면 중국 투어뿐 아니라 다음 달 초 예정된 인터 마이애미(미국)와 친선전에도 나서지 못하게 된다.
인터 마이애미와 알나스르의 경기는 전 세계 축구를 양분한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호날두(포르투갈)의 맞대결로 주목받았다. 인터 마이애미는 지난달 12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리시즌 알힐랄, 알나스르를 상대한다. 메시와 호날두가 다시 맞붙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이애미는 클럽 최초 국제 투어의 일환으로 2024년 프리시즌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리야드 시즌컵에 참가할 계획이다. 대회는 3개팀이 각각 2경기씩 치르는 라운드로빈 토너먼트 방식이다. 마이애미는 내년 1월 30일 알힐랄과 첫 번째 맞대결을 소화한 뒤 2월 2일 알나스르와 격돌한다. 두 경기 모두 사우디 리야드의 킹덤 아레나에서 열린다.
당초 마이애미는 지난달 리야드 시즌컵 참가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 발표는 틀렸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메호대전'을 기대하던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마이애미가 결국 리야드 시즌컵 참가를 확정하며 축구 팬들의 설렘이 커졌다.
호날두와 메시는 2008년 처음 맞대결을 펼친 후 공식전에서 총 36번 맞붙었다. 상대전적에선 16승9무11패로 메시가 앞섰다. 메시는 22골 12도움을 기록했고, 호날두는 21골 1도움을 올렸다.
결국 메호대전을 위해 14억 중국팬들을 버린 셈이 됐다.
알나스르의 방중 경기 주최 측은 실망한 중국 팬들에게 입장권, 항공, 숙박 등 비용을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렇게 알나스르, 특히 호날두가 중국 팬들 앞에 굽실거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시선을 끈다.
한국에선 정반대 행동을 취했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 7월 유벤투스(이탈리아) 소속이던 호날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선발팀과 내한 경기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주최·주관사와 계약 조건에 호날두가 엔트리에 포함돼 최소 45분 이상을 뛰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지만, 호날두는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팬들의 열망을 외면했다.
당시 6만여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유벤투스 선수단은 킥오프 예정 시각을 넘겨 경기장에 도착, 경기가 1시간 가까이 지연돼 팬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일부 팬들은 경기장에서 "메시"를 연호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1초도 뛰지 않은 호날두와 '날강도'를 합성한 신조어 '날강두'가 등장할 정도로 국내 여론이 악화했으나 호날두의 별도 사과는 없었다.
이후 호날두는 친정팀인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가 지난 2022년 11월 에릭 턴하흐 감독에 항명한 이유로 쫓겨났다. 이어 지난해 1월 알나스르와 연봉 2억 유로(약 2800억원)에 2년 계약했다.
어느 덧 호날두 입단 1년이 된 셈이다. 당시 호날두는 기자회견에서 "유럽에서는 다 이뤘습니다. 다른 제의도 있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었습니다"라며 자신의 입단을 정당화했다.
호날두는 당시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므르술파크에서 입단식을 치렀따.
호날두의 거취는 연말 축구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구단을 비난하는 논란의 인터뷰를 계기로 어릴 적 오래 몸담기도 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사실상 방출된 뒤 그의 차기 행선지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였다.
유럽 매체들은 호날두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출전하는 빅클럽에 입단하고 싶어한다고 연이어 보도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결국 호날두가 도착한 곳은 재력은 빅클럽 이상이지만, 여전히 축구계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사우디 리그였다.
호날두는 입단식 기자회견에서 사우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호날두는 "유럽에서는 다 이뤘다. 모든 것을 가졌고,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클럽에서 뛰었다"면서 "사우디의 축구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나에게 대단한 기회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나스르가 자신의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 클럽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영입 제의가 왔으나 자신이 알나스르를 골랐다는 것이다.
호날두는 "유럽과 브라질, 미국, 포르투갈에서 뛸 수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난 알나스르를 선택했다. 이 대단한 나라의 축구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잡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내 거취를 두고 여러 의견을 내놨지만, 그들은 축구에 대해서는 모르더라"라면서 "지난 월드컵에서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이긴 유일한 팀이 바로 사우디다. 그걸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날두는 또 "(알나스르 입단은) 내 경력의 끝이 아니"라면서 "난 유럽에서 모든 기록을 깼다. 이곳의 기록도 다 깨버릴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많은 팬이 호날두를 보기 위해 므르술파크를 찾았다. 2만5천석 경기장이 거의 찼다. 경기장은 호날두의 몸짓 하나와 말 하나에 팬들의 함성으로 쩌렁쩌렁 울렸다.
노란색과 파란색이 섞인 알나스르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는 팬들의 뜨거운 환영에 싱글벙글 웃었다.
호날두가 직접 사인한 공들을 관중석으로 찰 때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알나스르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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