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AI튜터' 제자들 "이건 카타르시스를 못 줘요"

교육언론창 윤근혁 2024. 1. 24. 13: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 낸 반성적 보고서 속 솔직한 학생들 목소리

[교육언론창 윤근혁]

 AI 에듀테크 기기로 학습하는 학생.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 교육언론창
연우 : "학원을 다니면서 좀 성적이 오르잖아요. (AI튜터는) 그만큼의 카타르시스(정화, 발산)를 약간 못 주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선생님과의 접촉 같은 거..."

현주 : "저도 (AI보다는) 사람 튜터한테 교육받는 게 아직까지는 더 편한 거 같아요...만약에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제가 모르면 그게 얼굴에 다 드러나니까. 서로 더불어서 얘기하면서 하니까..."

"사람 튜터는 내 얼굴에 드러나는 것 보는데..."

'인공지능 맞춤형 교육'을 직접 진행했던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자기 반성적 연구보고서에 들어 있는 중상위권 고교생들의 인터뷰 내용이다. 지난해 발표된 이 보고서의 제목은 '개별 맞춤형 AI활용교육의 가능성과 과제'(연구책임자 주정흔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다.

연구진은 서울시교육청이 20개교 초중고 학생들에게 2022년 한 해 동안 제공했던 사교육업체 등의 학습플랫폼 10가지를 직접 비교, 분석하고, 이를 활용했던 학생들과 교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에듀테크 관련 연구보고서가 이 도구를 실제 사용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은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연구진은 "연우와 현주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문제를 제공해주고 채점해주는 자동화된 온라인 문제집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지만, 가장 필요했던 건 혼자 하는 공부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풀어줄 '카타르시스'였다"면서 "현주와 연우가 공통적으로 기대하는 이상적인 AI튜터의 핵심은 '접촉'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은 보고서에 등장한 중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재연: "못 알아듣는 용어. 이제 사회 같은 경우나 과학이나 갈수록 이렇게 외워야 하는 용어들이 많이 나오잖아요....(그런데) AI는 그냥 문제만..."

달림: "그냥 문제를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약간 살짝 해석만 해주면 어떻게든 풀 수는 있는데, 수학 문제를 보면 막 용어 나오고 숫자 나오고 그런 게 길게 나열돼 있으면 이제 이해하기도 어렵고...."

소라: "그냥 문제를 바로 주는 것이니까. 어느 정도 기초적인 건 알고 해야 도움이 될 거 같아요. AI튜터 이런 거는 내가 원하는 도움이 좀 부족한 거 같아요."

이에 대해 연구진은 "학생들의 얘기를 통해 볼 때, '그냥 문제만 주는' AI튜터로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면서 "결국 기초학습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준별 문제'는 난이도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들 한 사람 한사람의 학습방식을 이해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 "아이들은 AI튜터보다는 사람 '선생님' 원해"

그러면서 "중학생들의 생각에 이러한 '이해'는 아무래도 기계보다 인간의 영역으로 생각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거듭해서 AI튜터보다는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기계가 알려주는 것 보다는 '사람 목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들은 어땠을까?

소연: "집에서 공부할 때 그냥, 전에는 @@(AI학습도구 이름)기기 없었을 때는 책으로 공부했는데 요즘에는 @@기기로 공부를 하는데 @@에 재밌는 것도 많고 그래서 안 심심해요."

연구진은 "초반에는 열심히 참여했던 학생들의 참여율이 '갈수록 퍼센티지가 점점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소연이는 매일 꾸준히 학습을 이어가고 있었다"면서 이처럼 긍정적인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소연: "문제집은 그냥 종이고 책이고 그냥 연필로 써서 하는 거니까 재미가 없는데, 그거는 기기로 하는 거니까 게임도 많고 재밌어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소연이가 유일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 초등학교 9명의 참여 학생 중 AI튜터 플랫폼을 활용해 꾸준히 공부하는 학생은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면서 "사업 초기, '재미'있고 '신기'하다며 '좋아'하던 학생들은 어느덧 흥미가 떨어져하더니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고 분석 결과를 내놨다.
 
 AI 에듀테크 교육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이주호 교육부장관. ©교육부
ⓒ 교육언론창
다음은 이 초등학교 지도교사가 분석한 이렇게 된 까닭이다.

"처음에는 너무 좋아했어요. 이제 저희 애들도 아이패드나 뭐 사줬을 때 처음에 막 호기심 완전. 근데 이게 지속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지속되기 위해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있어야 돼요. 뭐 어른들도 그렇죠. 어른들 뭐 운동 맨날 가나요."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처럼 AI튜터에 대한 학생들의 '(초기) 호기심'은 교사의 관심과 고정된 '프로그램'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연구진이 살펴본 다른 초등학교 사례는 다르다. "이 초등학교의 일부 학생들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사용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학생과 학부모는 이러한 활용 방식에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 "환상에서 벗어나라"

이에 따라 연구진은 보고서 결론 부분에서 "인공지능 기술 활용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그 기술의 효과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인공지능이 마치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서 벗어나, 학생의 성장과 교사의 교육활동을 돕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가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