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번엔 순항미사일 도발…핵탄두 탑재시 최대 살상고도 찾나

이유정, 이근평 2024. 1. 2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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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이른 아침 순항미사일을 쏘며 대남 대적투쟁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 14일 ‘극초음속’이라 밝힌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이후 열흘 만의 미사일 도발이다.

북한이 지난해 9월 2일 새벽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전술핵공격 가상발사훈련을 진행했다″고 이튿날 밝혔다.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쯤 서해상으로 발사된 북한의 순항미사일 수발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5발 남짓한 미사일이 내륙에서 발사됐다고 한다. 순항미사일의 경우 탄도미사일과 달리 마하 0.8(시속 970㎞) 정도로 속도가 느린 데다 100m 안팎의 저고도를 자유롭게 방향을 바꿔가며 비행해 상대적으로 탐지가 까다롭다. 군 당국은 정확한 발사 원점과 속도 비행시간 등 제원을 파악 중이다.

제트 엔진을 장착한 순항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금지하고 있는 제재 대상은 아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모두 알리진 않기도 했다. 이날 곧바로 공개한 데는 북한이 최근 위협 수위를 높이는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확고한 경계태세를 알려 국민을 안심시키는 한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섣불리 행동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3월 22일 4발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24일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화살-1형'과 '화살-2형'이 각각 2발씩 발사됐으며 각각 1발씩 공중폭발을 시도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


군 안팎에선 이번 미사일이 화살-1형 또는 2형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화살은 사거리 1500㎞로 북한이 지난 2년간 전력화에 공을 들이는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다. 북한은 2021년 9월 ‘북한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KN-27 개량형 화살-1형을 처음 시험발사한 뒤 수차례 화살-1·2형의 시험발사에 나섰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3월 도발 때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화살-1형과 2형을 각각 2발씩 섞어쐈다는 내용을 영상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같은해 7월과 9월에도 같은 순항미사일을 쐈다. 비행거리와 시간을 늘려가며 저고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산등성이 등 지형을 피해 정밀 타격이 가능한지 시험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화살 미사일을 놓고 남한을 노린 전술핵 탑재용이라는 점을 수시로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10월 북한 매체에 공개된 화살-1형 발사에서 ‘전술핵운용부대들에 작전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지난해 3월 김정은의 시찰 사진에선 이 같은 의도가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전술핵탄두 카트리지 화산-31형이 KN-23·24·25 등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화살-1·2형에도 탑재 가능하다는 점이 사진 속 패널로 나타났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화살-1·2형으로 공중폭발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공중폭발은 가장 큰 살상력을 얻을 수 있는 핵무기 폭발 고도를 찾으려는 의도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발사 당시 “모의 핵탄두를 탑재한 화살 미사일들을 고도 600m에서 공중 폭발시켰다”고 밝혔고 같은 해 9월 발사 때도 “목표 섬 상공의 설정 고도 150m에서 공중폭발시켰다”고 강조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화살 계열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라면 전술핵을 탑재해 낮은 고도로 회피기동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북한의 위협 능력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군 당국은 지난해 9월 북한이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을 2발 쏘고 공중폭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고 입장을 냈다.

북한은 최근 연이은 무력시위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 이달 초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했다” 등 김정은의 강성 발언과 함께 완충구역 내 해안포 사격, 고체연료 기반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또 한ㆍ미ㆍ일이 지난 15~17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해상 훈련을 진행하자 반발하며 19일에는 “수중 핵무기 체계 ‘해일’의 중요 시험을 진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2일 오전 4시 ″전략 순항미사일 작전부대가 실시한 미사일 발사″라고 공개한 사진. AP=연합뉴스

군 내부에선 북·러 군사 기술 협력 국면과 맞물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을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미사일 관련 기술을 급진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협력에 더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영자 매체인 코리아헤럴드 인터뷰에서 “북·러 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에 관한 기술 협력” 가능성을 거론했다. 신 장관은 “푸틴이 방북했을 때 북한이 취약한 방공 시스템을 러시아가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북ㆍ러의 전례 없는 밀착에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 국장은 지난 18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북러 협력의 결과로 이 지역 내 위협이라는 북한 문제의 성격이 앞으로 10년 동안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美항모 3척 한반도 주변 집결…北·中 견제 포석인듯


북한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미국이 주력 항공모함 세 척을 한반도 주변 수역에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군사 전문 매체 USNI는 2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니미츠급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이 이달 11일 미 캘리포니아주 노스 아일랜드 해군 기지를 출항해 최근 미 7함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루스벨트함은 일본 남동쪽 태평양 해상에서 포착됐다.

일본 요코스카(横須賀) 미 해군 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미 7함대는 한반도를 작전 수역으로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 수역에서 운용되고 있는 미 항모 칼빈슨함(CVN-70)과 로널드 레이건함(CVN-76)에 이어 루스벨트함이 추가로 투입된 셈이다.

USNI는 “미 해군은 최근 헤즈볼라와 이란을 억제하고 예멘의 후티 반군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몇달 간 중동에 전력을 집중시켜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력 항모를 한반도 수역에 추가로 배치했다는 건 북한의 위협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매우,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7함대 소속 항모 세 척이 한국작전구역(KTO)에 들어온 건 아니어서, 북한 외에도 중국까지 겨냥한 견제 포석일 여지도 있다. 앞서 미국은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항모 3척을 동해에 집결시켜 한·미 연합훈련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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