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회복→? '3기 체제' 맞는 삼성 준감위 과제는

조인영 2024. 1. 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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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감위, 2기 운영 마치고 내달 초 3기 출범
준법경영 문화 안착 속도 평가…지배구조개선 성과낼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건강한 긴장 관계.' 내달 3기 체제를 맞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와 삼성그룹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1기에서는 대국민 사과·무노조 경영 폐기·4세 경영 승계 포기 등 그룹 전반에 대수술이 있었다면, 2기에서는 준법경영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내실 강화에 초점을 뒀다. 3기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과실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달 5일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1심 선고를 계기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간 꾸준히 준감위 활동을 지원해왔던 이재용 회장이 준법경영·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준감위 관계사 7곳은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3기 준감위를 이끌 위원장 인선을 확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로 구성된 7개 관계사들은 2020년 1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며 준감위를 신설했다.

1기에서는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을 비롯해 각계 명망 있는 인사들로 준감위가 꾸려졌다. 당시 준감위는 경영승계, 노조, 시민사회 소통에 중점을 둔 준법 권고 결정을 내렸고, 이재용 회장은 무노조 경영과 4세 승계 포기 등 다소 파격적인 준법문화 안착을 공언해 재계를 놀라게했다.

1기 바통을 이어 받아 2022년 출범한 2기 준감위는 인권 우선 경영,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ESG 중심 경영 등 3대 원칙을 제시하면서 준법감시 수준을 심화했다. 또 이재용 회장 및 관계사 대표이사 등과 개별 간담회를 추진하는 등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재용 회장은 2022년 10월 간담회 자리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경영, ESG 경영에 적극 동참할 뿐 아니라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도 강화하는 등 협조 의지를 피력했다. 준감위가 약속받은 독립성과 자율성으로 제대로 준법감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2기에서는 1기의 파격적 행보와 달리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가 각 조직에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역할에 주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기간 준감위는 경영권 승계 관련 위법 행위 방지를 위해 실효적 조치를 권고했고, 이를 받아들인 삼성은 T/F를 구성하고 외부 컨설팅을 진행중이다. 노사와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준감위는 각각 노동 소위원회와 시민사회 소통 소위원회를 구축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대수술을 마친 환자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하는 역할이 이뤄졌다. 물론, 잡음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삼성의 전국경제인협회(현 한국경제인협회) 재가입을 두고 홍역을 치른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준감위는 재가입 여부를 두고 삼성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내렸다. 이같은 준감위의 결정은 정경유착을 지적하는 여론의 비난을 우려한 면피성 행보라는 비판이 있었다.

성과와 과제를 안고 지난 4년을 달려온 준감위는 조만간 3기 위원장을 세우고 차기 위원회를 구성한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전날 열린 마지막 정례회의에 출석하며 "3기는 2기에서 못했던 부분까지 좀 더 진일보하는 위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연합뉴스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선이 꼽힌다. 이 회장이 올해로 회장 취임 3년차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삼성 지배구조 문제에서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오랜 사법리스크로 묶여있던 탓에 개편 작업은 사실상 탄력을 얻지 못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는 일명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꼽힌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보유하고 삼성물산을 통해 다른계열사를 지배하는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고리가 핵심이다.

해당 개정안은 지배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삼성생명을 정조준한다. 현행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채권·주식을 총 자산의 3%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3%를 따지는 기준을 '취득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도록 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상당 부분을 팔아야만 한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재계는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제기한다. 삼성물산을 둘로 쪼개 삼성전자 등으로 구성된 사업지주와 삼성생명 등을 거느리는 금융지주로 분할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곧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을 의미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그룹 전반의 변화 뿐 아니라 국내 경제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있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데다, 외부 전문가와 내부 구성원 등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그룹 전체의 전략을 짜고 계열사와 협력 역할을 할 컨트롤타워가 새롭게 세워질지도 관심사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달 초로 다가온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1심 결과가 크게 불리하지만 않는다면 이 회장의 경영활동도 어느 정도 정상화되고 삼성의 경영 시계 역시 제자리를 찾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간 미뤄진 컨트롤타워 복원 및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자연스레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 회장이 3기 출범을 계기로 준감위와 만남을 갖는 등 새롭게 힘을 실어줄지도 관심사다. 앞서 이 회장은 2기 출범 이후 2022년 10월 준감위를 찾아 위원회가 독립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준법경영, 책임경영을 위해 힘을 써야 하기에 이 회장이 이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찬희 위원장은 3기 준감위에 대해 "컨트롤타워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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