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절반의 화해'…'김여사·김경율·민심' 불씨 남아

서소정 2024. 1. 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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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충돌 엿새 만에 화해무드로 전환
대통령실 "갈등 봉합 의지 보여준 것"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엿새 만에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과 대통령실이 갈등 조기 진화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양측의 정면충돌은 어제 극적 만남을 통해 화해 무드로 급전환했다. 하지만 사태의 본질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김경율 비상대책위원 거취 등을 둘러싼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아 '절반의 화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핵심 갈등 사안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전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만남이 전격 이뤄진 데 대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어려운 민생을 고려해 갈등이 장기화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갈등을 수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화재로 점포 220여 곳이 소실된 충남 서천 특화시장을 방문했다. 화재 현장에 먼저 도착한 한 위원장은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여 인사하며 윤 대통령을 맞았다. 윤 대통령은 악수한 뒤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며 친근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큰불이 난 서천시장 현장을 점검한 뒤 장관, 의원,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전북 익산역에서 대통령 전용 열차 편으로 함께 상경했다. 같은 칸에 동승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시간여 가까이 민생 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이 외부 공식 일정에 없던 화재 현장을 찾았고 그 자리에서 한 위원장과의 만남이 전격 이뤄지면서 화해 무드가 조성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전면 거부하고 강 대 강 양상으로 치닫던 냉기류가 진정되면서 관계 개선의 여지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여권 내에서도 급한 불은 껐다는 안도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향후 최대 복병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하다. 첫째,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이다. 전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열차 동승에서 김 여사 논란에 대한 대화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갈등의 핵심이 김 여사 논란 대응 방식이었고,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입장차가 크다는 점에서 김 여사 대응 방식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조율되지 않는다면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해당 논란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략적 의도가 깔린 '몰카 공작'이며 김 여사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한 위원장의 발언이 불편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권에서는 (김 여사 논란을) 계속 선거용 공격 소재로 풀고 활용할 것"이라며 "해당 논란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여러 가지 안을 모두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다. 전날 오전에는 친윤계 이용 의원이 한동훈 비대위의 운영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다 취소했다. 갈등의 중심에 선 김경율 비대위원은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이 김 여사를 빗댄 말이 아니라는 해명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발언이 자꾸 회자되는 게 좋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의 사퇴가 ‘윤·한 갈등’의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김 여사 리스크 관련해서도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에 대해 더 말하진 않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결국 갈등을 촉발한 두 가지 핵심 사안에 대해 여전히 입장차를 조율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셋째, 윤·한 갈등을 접한 민심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야당에서는 큰불이 난 재난 화재 현장을 화해 장소로 병풍 세웠다며 거센 비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총선을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민생 현장보다 총선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오해도 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절규하는 피해 국민 앞에서 그것을 배경으로 일종의 정치쇼를 한 것은 아무리 변명해도 변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화재 현장을 방문해 김태흠 충남도지사의 안내로 상가동 1층에서 피해 상인 대표들을 만나 화재로 인한 고충과 정부에 대한 요청사항을 듣고 현장에서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즉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며 "일각의 주장은 생트집 잡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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