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국회, 스웨덴 나토 가입 비준안 의결

찬성 287명·반대 55명... 야권 일각에서는 외교 정책 실패라는 지적도 나와

[이준영 기자]

현지시각 24일 튀르키예 국회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관한 의정서 비준안에 동의했다.

튀르키예 현지 매체 휘리예트(Hürriyet)는 국회에서 약 4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346명의 의원이 투표에 참여하여 287명이 찬성, 55명이 반대, 4명이 기권했다고 보도했다. 집권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정의개발당(AKP), 민족주의자행동당(MHP), 최대 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의원들은 비준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지난 2023년 5월 대선 때 CHP와 야권 연대를 이뤘던 좋은당(IYI)과 행복당(SAADET)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또 다른 야권 정당인 미래당(Gelecek Partisi)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 도중 권리평등민주당(DEM Parti) 의원들이 반발하며 대거 회의장을 이탈했는데, 일부 의원들은 끝까지 남아 반대표를 행사했다. 대선 패배 후 균열이 일어난 야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습이었다. 

야권 일각에서는 튀르키예의 외교 정책 실패라는 지적도 나와

퀴르샤드 조를루 좋은당 대변인은 "스웨덴이 지금까지도 테러리스트 인도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고, 코레이 아이든 좋은당 내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성과 없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것은 튀르키예의 외교 정책을 돌이킬 수 없는 딜레마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그동안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 문제를 신형 F-16 전투기 구매 요청에 대한 미국 의회의 승인과 연계시켜왔는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F-16 판매와 튀르키예의 스웨덴 나토 회원 가입 비준을 공식적으로 관련짓는 것을 거부해왔다. 튀르키예가 2019년 러시아로부터 S-400 지대공미사일을 도입하면서 미국은 보안상 이유를 들어 나토의 F-35 스텔스기 프로그램에서 튀르키예를 배제해 버렸고, 신형 F-16 전투기 판매도 거부하고 있다.

무스타파 카야 행복당 의원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유럽을 불태울 제2의 냉전의 발자취"라고 성토했다.

이에, 오우즈 카안 공화인민당 의원은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모든 종류의 위협에 대한 나토의 억지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나토의 확장 정책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집권여당인 정의개발당의 외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푸아트 옥타이 의원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취한 조치가 다른 우방과 동맹국들에게 모범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락 악차파르 튀르키예 외교부 차관은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테러방지법을 개정하고 방위산업 판매제한 해제에 나서는 등 대테러 분야에서 튀르키예와 긴밀하게 협력할 뿐만 아니라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걷혀

튀르키예 국회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승인함에 따라,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 제거됐다. 유로뉴스(Euronews)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가 튀르키예 정부 관보에 게재된 후 곧 발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토는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데, 튀르키예와 헝가리 두 국가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계속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튀르키예는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단체에 대해 스웨덴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비난하면서 쿠르드 무장 세력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을 주문하고, 2016년 7월 쿠데타 미수 사건 배후로 지목된 단체의 조직원 신병 인도를 끊임없이 스웨덴 측에 요구하고 있다. 또한, 스웨덴에서 벌어진 이슬람 경전 꾸란 불태우기 시위는 튀르키예 여론이 스웨덴에 반감을 갖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튀르키예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헝가리에 스웨덴의 나토 가입 관련 국내 비준 절차를 가능한 한 빨리 완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