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도 못 피한 호불호…화려함 뒤 숙제 남긴 넷플릭스 [D:방송 뷰]
스타 창작자 나서고, 제작비 규모 키웠지만…강한 호불호 유발
오컬트물 ‘선산’으로 돌아왔지만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은 연상호 감독부터 ‘스토브 리그’의 정동윤 감독, ‘스위트홈2’의 이응복 감독 등 스타 감독들이 혹평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스타 감독, PD들과 손잡고 새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어느 날 시골 마을의 선산을 상속받은 윤서하(김현주 분)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의 실체를 쫓으며 긴장감을 고조하는 한편, 굿판, 무속 신앙 등 토속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며 오컬트물의 분위기도 조성했다.
그러나 힘을 준 분위기와는 달리 다소 싱거운 전개로 아쉬움을 유발하며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방법’, ‘괴이’, ‘지옥’ 등 장르물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연 감독이 각본을 쓰고, 기획을 맡으며 받은 주목이 컸던 것을 생각하면 이 같은 평가가 더욱 아쉽다.
넷플릭스는 꾸준히 스타 창작자들과 협업하며 구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공개된 ‘경성크리처’는 ‘스토브 리그’를 연출한 정동윤 감독과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등을 집필한 강은경 작가가 집필해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스위트홈2’는 ‘태양의 후예’, ‘도깨비’, ‘지리산’ 등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 하츠’,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이재규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다.
이 외에도 ‘마녀사냥’, ‘효리네 민박’ 등의 조효진 PD가 연출한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을 비롯해 ‘대탈출’, ‘여고추리반’ 시리즈로 유명한 정종연 PD가 나선 ‘데블스 플랜’ 등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화려한 라인업으로 이목을 끌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선산’은 물론, ‘경성크리처’도 ‘완성도가 아쉽다’는 혹평과 함께 시청자들의 강한 호불호를 불러일으켰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누구나 정신적으로 아플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위로를 선사했지만, 해외 시청자들 사이에선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얻었다. ‘성+인물’ 또한 성을 흥밋거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시청자들의 싸늘한 반응을 얻어야 했다. 스타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큰 제작비를 투입하는 등 화려함으로 무장했지만,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는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스타 창작자들의 이름값에만 기댄 안일한 기획들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창작자들에게 넷플릭스는 진입장벽이 높은 곳이다. 많은 기획안들이 넷플릭스에 우선적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사실 기획안만으로 협업이 이뤄지기는 힘들다. 물론 이건 당연한 일이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창작자의 전작 등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면서 “다만 기대가 그만큼 커지고, 또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그만큼 더 큰 비난을 감수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가 회수와 5~10%의 수익 배분을 보장하되, IP(지식재산권)은 모두 넷플릭스에 넘기는 ‘매절계약’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제작비와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이 된다는 점이 때로는 독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제작비가 보장되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지만, 이것이 가끔은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여겨질 때가 있는 것 같다”면서 “장르적으로 새 시도들이 많이 이뤄지는 것은 장점이지만, 시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시청자들이 원하는 서사의 완성도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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