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주치사 ‘압구정 롤스로이스 남’ 징역 20년 선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마약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치어 사망하게 한 일명 ‘롤스로이스 남’ 신 모 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약물을 복용한 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행인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압구정 롤스로이스남' 신모씨.[이미지출처=연합뉴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사고 후 도주의 고의를 다투고 있지만, 도로교통법상 운전자가 사상을 입힌 사실을 인식하고도 정차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 현장을 이탈한 경우 도주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밝혔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운전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고, 사고 발생 후 현장에서 이탈했다가 돌아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라며 "피고인이 사고 직후 현장에서 약 3분간 이탈, 이탈 시간이 짧고, 자신의 휴대폰을 찾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다른 시민이 119에 신고를 했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도 피해자를 보면서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라며 "피해자는 3개월 만에 사망해 가족들의 상실감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증거인멸에 급급했고, 피해자의 유족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27세의 젊은 나이로 허망하게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신 씨를 징역 20년에 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신 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후 8시 1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신 씨는 인근 성형외과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여받은 상태에서 차를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머리와 배 등을 다쳐 전치 24주의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이에 검찰은 신 씨의 혐의를 도주치상에서 도주치사로 변경했다.

피해자 유족의 법률대리인 권나원 변호사는 이날 선고가 나온 직후 “신 씨에게 마약류를 투약해 준 의사 염 모 씨에 대한 약물 운전 방조 혐의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아직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며 “그런 부분들이 조금 더 감안되고 신 씨나 염 씨에 대해 추가 기소가 이뤄지면 더 높은 형이 선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