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잡겠다는 친명 비례들…"왜 집안싸움 일으키나"
현역 비난하며 출마…"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나"
임혁백 "인신공격 문제, 단호하게 대처할 것"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명계를 자처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집안싸움'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비명계 현역 지역구로 잇따라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계파 갈등을 자극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데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현재 민주당 소속 비례 의원 16명 가운데 13명이 22대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강민정·김홍걸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정필모 의원도 출마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에 도전하는 13명 중 '비명계' 혹은 '친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 지역구에 출사표를 낸 건 6명이다. 대표적 인물로는 양이원영 의원이 꼽힌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조롱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며 경기 광명을 출마를 선언했다. 비명계로 꼽히는 현역 양기대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며 자신이 친명계란 점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수진 의원도 지난 22일 혁신계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으로 활동하다 당에 잔류한 윤영찬 의원의 경기 성남중원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비명계이자 친문계로 분류된다. 당초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서대문갑으로 출사표를 냈지만, 전략공천 지역구로 분류되자 출마 지역구를 바꿨다. 이 의원도 출마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윤 의원을 비난했다.
다른 비례 의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김병주 의원은 '동교동계' 김한정 의원이 재선을 지낸 경기 남양주을, 김의겸 의원은 신영대 의원의 전북 군산으로 출격했다. 이동주 의원은 홍영표 의원의 인천 부평을, 허숙정 의원은 신동근 의원의 인천 서을 등 다른 정당의 지역구로 도전하는 게 아니라 자당 의원들의 둥지를 뺐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들 지역구는 대체로 '험지'보다는 잘 가꿔진 '민주당 텃밭'으로 평가되는 탓에 경쟁 차원이 아닌 친명 대 비명 구도로 해석되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현역들의 지역구까지 합치면 '비명 사냥'은 8명으로 늘어난다. 김경만 의원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의 광주 서을, 전용기 의원은 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의 경기 화성을로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반면, 여당이 장악한 '험지'로 도전장을 낸 비례 의원은 권인숙·최혜영 의원, 단 2명뿐이다. 권 의원은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물러나면서 공석이 된 경기 용인갑, 최 의원은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의 경기 안성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지나친 '친명 마케팅'…"당에 도움 될 게 없다"
당내에선 이런 비례 의원들의 행보에 불만과 우려가 섞여 나온다. 지역구에 대한 명분도 없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출마하는 건 경쟁이 아닌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개딸만 믿고 집안싸움을 일으키면 당에 도움 될 게 있겠느냐"며 "비례로 초선을 지내면 험지로 도전하는 불문율마저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자객 출마는 원래 상대 당의 후보자를 낙선시키려는 경우에나 쓰던 말"이라며 "자당 의원들을 상대로 '자객'을 자처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양이원영 의원이 출마 선언 자리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예비후보자' 등 문구가 아닌 '경기 광명시 국회의원'이라는 피켓을 내건 점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친명계를 자처하며 자칫 공천을 확신하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공천을 받은 것도 아닌데 (피켓을 보고) 당황스러웠다"며 "문제 삼으려면 삼을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갈등이 격화되자,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전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우리 당 일부 국회의원 입후보자 간에 인신공격과 상호비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엄격히 조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보자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출마를 선언하며 자당 현역을 비난한 양이원영·이수진 의원을 겨냥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편, 역대 비례 의원들의 생환율은 높지 않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금배지'를 단 비례 17명 중 21대 총선에서 재선한 의원은 송옥주(경기 화성갑)·이재정(경기 안양 동안을)·정춘숙(경기 용인병) 의원 등 3명(17.6%)에 불과하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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