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송 감독 '패스트 라이브즈', 아카데미 작품·각본상 후보

윤현 2024. 1. 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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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 유태오, 한국계 그레타 리 주연... 상당 분량 한국서 촬영

[윤현 기자]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
ⓒ A24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현지시각 23일 제96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패스트 라이브즈>를 선정하고,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셀린 송 감독을 각본상 후보로 지명했다.

한국계 또는 한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021년 한국계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이후 세 번째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단짝이었던 두 남녀가 여자의 가족이 이민을 가면서 헤어지게 되고, 20여 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셀린 송 감독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처음 연출한 장편 영화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각본상 상당 분량을 한국에서 촬영했으며, 대부분의 대사가 한국어로 이뤄져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단순하지만 너무 서정적"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 A24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는 여주인공 '나영'을, 유태오가 첫사랑 상대인 나영을 그리워하며 미국으로 찾아가는 '해성' 역을 맡았다. 

열연을 펼친 두 배우의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 지명 여부도 기대를 모았으나, 아쉽게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유태오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가 있다. 

<포브스>는 "이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너무 서정적이어서 관객과 비평가를 모두 매료시켰다"라고 평가했다.

한국 이름이 송하영인 셀린 송 감독은 1988년 한국에서 태어났다.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등이 출연한 1997년 영화 <넘버 3> 송능한 감독의 딸이기도 한 그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여주인공 나영처럼 12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캐나다 퀸즈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극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셀린 송 감독은 아마존 시리즈 <시간의 수레바퀴>에 작가로 참여했고, 한국 만재도에서 해녀로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엔들링스>를 미국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셀린 송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미국 독립영화·드라마 시상식인 고섬어워즈 작품상,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 등 주요 트로피를 휩쓸며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는 3월 개봉 예정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펜하이머>, <바비>, <아메리칸 픽션>, <추락의 해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바튼 아카데미>, <플라워 킬링 문>, <가여운 것들>,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9편과 작품상을 놓고 경쟁한다.

올해 작품상 후보에는 셀린 송을 비롯해 <바비> 그레타 거윅, <추락의 해부> 쥐스틴 트리에 등 여성 감독의 작품 3개가 올라갔다. 이는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많은 기록이다.

작품상 경쟁작은? <오펜하이머> <바비> 등 후보 올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영화 <오펜하이머>
ⓒ 유니버셜 픽처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여우조연상(에밀리 블런트), 촬영상, 편집상, 의상상, 분장상, 음악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음향상 등 13개 부문에서 지명되면서 최다 후보가 됐다.

<바비>는 작품상, 남우조연상(라이언 고슬링), 여우조연상(아메리카 페레라), 각색상, 의상상, 주제가상(2곡), 프로덕션 디자인상 등 7개 부문 8개 후보로 지명됐다. 다만 유력한 감독상 후보로도 거론됐던 거윅 감독은 지명받지 못했다. 

거윅 감독이 탈락한 감독상 후보로는 놀런 감독을 비롯해 <추락의 해부>로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트리에 감독, <플라워 킬링 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가여운 것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등이 지명됐다.

할리우드의 거장 스코세이지는 통산 10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남우주연상은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브래들리 쿠퍼, <러스틴> 콜먼 도밍고, <바튼 아카데미> 폴 지아마티, <아메리칸 픽션> 제프리 라이트가 맞붙는다. 

여우주연상 후보로는 <플라워 킬링 문>의 원주민 출신 배우 릴리 글래드스톤, <니아드> 아네트 베닝,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캐리 멀리건, <추락의 해부> 샌드라 휠러가 지명됐다.

최종 수상 결과를 발표하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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