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4L 오래 간다"…반등하는 채권금리에 기업 자금조달 부담우려

박유진 2024. 1. 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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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규모 회사채 만기 상반기 집중되는데
금리 인하 기대 떨어지며 채권시장 약세
수요예측 성공도 우량물 위주로 이뤄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 전망에 대한 차별성이 형성되며 채권금리가 반등하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도 있어 기업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24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23일 국고채 3년물 최종호가 수익률은 금리는 전장 대비 0.8bp(1bp=0.01%포인트) 올라 3.286%를 기록했다. 작년 말 3.1%대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주부터 계속 3.3%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고금리 지속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양호한 미 경제 지표와 Fed 위원들의 속도 조절 발언에 따라 미 국채금리가 반등하면서, 국내 채권금리도 미국과 약세 동조화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초만 해도 80%를 상회한 3월 금리인하 확률은 현재 49%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높은 금리수준이 장기간 지속(higher for longer·H4L)될 거라는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미 10년물 채권 금리는 지금까지 일주일 넘게 4%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가을 17년 만에 장중 5%를 돌파하기도 했던 10년물 금리가 지난 연말 내내 긴축 종료 기대감에 3%대에서 움직이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이 잠재성장률 수준(1.5%)을 소폭 하회하고, 디스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며, 완만한 고용 둔화가 이뤄진다는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3월보다는 6~7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서도 “다른 인하 사이클과 달리 인하 속도가 느리고 최종 정책금리 수준도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장기금리의 하락을 제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같은 변동성은 국내 회사채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 자금 조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9~2021년 저금리를 배경으로 대규모 발행됐던 회사채 만기가 올해 집중되면서 사상 최대인 46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도래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이 중 28조6000억원은 상반기에 집중되는데, 1분기 중 만기도래(14조3000억원)가 전년동기(10조1000억원) 대비 늘어날 예정이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월 말까지 채권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상당수의 발행사는 연초로 발행 시기를 지연한 상황”이라며 “설 연휴 전에 발행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급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채권 시장이 아직도 3월 인하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더 후퇴할 여력도 남아 있어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임 애널리스트는 "3월 인하가 가능하려면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성명서 문구 변화가 필요한데 지난해 12월 FOMC 이후 Fed 위원들은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과도하다고 주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PF 관련 불확실성도 약세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회사채의 경우 연초효과에 따른 수요예측 대기세로 발행시장이 선방하고 있지만, 예년 대비 강도는 약하다"며 "부동산 PF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결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삼성증권 등 이달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한 기업들도 있지만, AA급 이상의 우량물 위주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김 애널리스트는 “부동산PF의 절대적인 총량이 경제 전체적으로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고 유사시 정책 대응이 버팀목이 되리라는 점에 대한 믿음이 있다 해도,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차원이고 개별 입장은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게 컨센서스”라고 설명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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