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탈출' 신한은행, 봄 농구도 가능할까

양형석 2024. 1. 24. 09: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자농구] 4위 하나원큐에 3경기 차 추격, 하나원큐와 잔여 맞대결 3회

[양형석 기자]

여자프로농구는 지난 2011-2012 시즌까지 1위부터 4위까지 봄 농구에 진출해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크로스 토너먼트'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정규리그 우승에 대한 프리미엄이 떨어져 농구팬들로부터 정규리그의 흥미를 떨어 트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WKBL은 2012-2013 시즌부터 정규리그 1위가 챔프전에 직행하고 2,3위가 플레이오프를 치러 챔프전 진출팀을 가리는 '계단식 플레이오프'를 도입했다.

계단식 토너먼트 도입 후 정규리그 우승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궁극적인 해답이 되진 못했다. 정규리그 우승팀이 2,3위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안 체력을 회복하면서 챔프전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계단식 토너먼트' 도입 후 7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WKBL은 2020-2021 시즌부터 다시 과거의 '크로스 토너먼트' 방식으로 돌아갔다.

이번 시즌 KB스타즈와 우리은행 우리WON이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 블루밍스가 3위, 하나원큐가 봄 농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봄 농구에 진출했던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4위 하나원큐에 3경기 뒤진 5위에 올라 있다. 과연 신한은행은 남은 11경기 동안 3경기 차이를 극복하고 세 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정규리그 1위에게 도전장을 을 던질 수 있을까.

3시즌 연속 봄 농구 노린 신한은행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지영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신한은행이 단행했던 유일한 외부영입이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신한은행은 2015-2016 시즌이 끝나고 '거탑' 하은주와 '리바운드 여왕' 신정자가 동시에 은퇴를 하면서 골밑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 그나마 2019-2020 시즌까지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어느 정도 골밑의 힘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2020-2021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가 폐지되면서 신한은행은 큰 위기가 찾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에는 여자농구 최고의 '팔방미인 포워드' 김단비(우리은행)가 있었다.

2019-2020 시즌까지 한 시즌 최다 리바운드가 6.6개에 불과(?)했던 김단비는 2020-2021 시즌 정규리그 30경기에서 평균 9.2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리바운드 5위에 올랐다. 김단비는 2021-2022 시즌에도 평균 8.75개의 리바운드로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KB, 14.38개)와 진안(BNK 썸, 9.37개)에 이어 리바운드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왜 자신이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포워드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하지만 2021-2022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김단비는 2022년 5월 우리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모든 부문이 마찬가지지만 부상이 잦은 김태연을 제외하면 정통센터가 없는 신한은행에서 김단비가 빠지면 골밑 전력은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 42.5개의 팀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우리은행과 BNK에 이어 팀 리바운드 3위에 올랐다. 두 FA 보상선수 김소니아와 김진영의 활약 덕분이었다.

김단비의 보상선수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김소니아는 18.87득점으로 득점왕에 올랐을 뿐 아니라 경기당 9.43개의 리바운드(2위)를 잡아내며 신한은행의 골밑을 지켰다. 177cm로 신장은 크지 않지만 골밑에서의 투쟁심이 매우 뛰어난 김진영 역시 12득점과 함께 6.07개의 리바운드(11위)를 잡아내며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두 보상선수의 활약 덕분에 신한은행은 두 시즌 연속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봄 농구에 진출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김진영과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2억4000만 원의 조건에 재계약하며 핵심전력을 지켰다. 비록 FA영입은 없었지만 우리은행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유승희를 내주고 스피드와 패싱능력이 좋은 가드 김지영을 영입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175cm의 듀얼가드 유승희를 내주고 172cm의 포인트가드 김지영을 데려온 것은 신한은행의 장점인 스몰라인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탈꼴찌 이어 내친김에 봄 농구까지?
 
 지난 시즌 득점왕 김소니아는 이번 시즌에도 득점과 리바운드 4위를 달리며 신한은행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신한은행은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야심 차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신한은행 앞에 놓인 현실은 잔인했다. 189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센터 김태연이 개막 2경기 만에 무릎을 다치며 전력에서 이탈했고 FA계약을 맺고 고액연봉 선수가 된 김진영의 활약은 지난 시즌에 미치지 못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지영 역시 이경은, 강계리 등 다른 가드들과 출전시간을 나누면서 하나원큐 시절의 기량과 투지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5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신한은행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점점 김소니아의 원맨팀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작년 11월 13일 삼성생명전에서는 김소니아가 홀로 42득점16리바운드를 기록하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연장 접전 끝에 84-89로 패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 하나원큐가 야금야금 승리를 쌓으면서 전반기 4위에 오른 것과 달리 신한은행은 16경기에서 2승14패라는 부진한 성적에 그치며 최하위로 전반기 일정을 마쳤다.

하지만 올스타 휴식기 동안 충분한 휴식과 착실한 준비를 통해 전력을 재정비한 신한은행은 후반기가 시작되자마자 삼성생명과 BNK를 연파하면서 7연패의 BNK를 제치고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탈꼴찌에 성공했다. 지난 21일 우리은행에게 50-61로 패하며 최하위 BNK와의 승차가 반 경기로 줄어 들었지만 전반기 내내 꼴찌탈출이 어려워 보였던 신한은행의 탈꼴찌는 이변에 가까운 결과다. 

23일 현재 신한은행은 4위 하나원큐에 3경기 차이로 뒤져 있다. 물론 남은 11경기에서 3경기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잔여 11경기 중 하나원큐와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은 신한은행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신한은행이 하나원큐와의 맞대결 3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충분히 극적인 역전을 통해 봄 농구 진출을 노릴 수 있다.

물론 5위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3경기 차이로 벌어져 있는 4위 하나원큐를 추격하는 것보다는 반 경기 차이로 따라오는 최하위 BNK를 견제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하지만 추격할 대상이 있고 봄 농구에 대한 희망이 살아있다면 잔여시즌 신한은행 선수들의 사기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하나원큐와 신한은행이 시즌 막바지 플레이오프 막차티켓을 두고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인다면 WKBL의 후반기는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