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인재 '각국도생']③삼성·SK 취업 보장도 소용 없어…외면당하는 ‘반도체학과’
연·고대 반도체학과 미등록 전체 미등록 비율보다 높아
반도체 인재 확보 돼도 해외기업서 무차별 스카우트
정부, 인재 3만명 양성 계획 구체 방안 부족 구호만 무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학비 무료, 채용연계, 해외연수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주요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과 학생들의 의대 선호 현상으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막상 확보하면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인력을 빨아들이는 이중고에 처한 상태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가 인재 육성부터 유출 방지까지 전주기를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삼성·SK 취업 보장, 소용없다
24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수시모집에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미등록 비율은 72.9%로 나타났다. 작년 미등록 비율(180.0%)보다 대폭 하락했으나 이 학교 전체 학과의 평균 미등록 비율(64.6%)보다 높았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의 미등록 비율은 95.0%였다. 이 역시 지난해(120.0%)보다 개선됐지만 고대 평균 미등록 비율(88.9%)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등록 비율이 높다는 건 최초 합격자가 대거 이탈했다는 의미다. 그 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1차 추가 합격자 중에서도 이탈자가 발생해 2차 이상 추가 합격자를 통해 충원했다는 얘기다. 졸업 후 국내 최고 대기업 취직이 보장된 학과지만 등록을 포기한 학생들이 평균 80%에 달했다.
이들 학과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연대는 삼성전자, 고대는 SK하이닉스와 계약을 맺고 있다. 이 외에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카이스트·포스텍·UNIST·DGIST·GIST 등과, SK하이닉스는 서강대·한양대 등 등과 각각 계약학과 협약을 맺고 있다. 석·박사 같은 고학력은커녕 학사 후보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의 첨단분야 육성 방침에 따라 새롭게 신설된 학과인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역시 14.1%가 등록하지 않았다. 이 학과는 아마존·메타 등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로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까지 제공하나 학생들을 붙잡지 못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전에는 (수시로 최대 지원할 수 있는) 원서 6장 중에 수험생 한 명이 의대도 넣고, 첨단분야 학과도 지원했다면 올해에는 6장 원서를 모두 의대에 넣은 학생이 많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인력은 2031년 30만4000명이 필요한데, 실제 공급 규모는 5만4000여명 부족할 전망이다. 산업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산업 기술인력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반도체 산업 분야의 기술 부족 인력은 2019년 1579명, 2020년 1621명, 2021년 175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인재사관학교 된 韓 반도체
자체 자금을 들여 핵심 인재를 선점하려고 노력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우려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간신히 붙잡아 기업에 맞는 인재로 키워도 연봉을 2~3배씩 부르는 해외 업체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무차별적으로 국내 반도체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현지에 집과 자동차, 국내보다 2~3배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유혹하는 현상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인재 포섭방식인 만인 계획을 통해 중국 기업에서 연락받은 국내 반도체 관련 학과 교수는 "애국심이 발동해 결국 가진 않았지만, 꽤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 마음이 흔들렸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유혹에 넘어가 기술 유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18년부터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중국 반도체 경쟁업체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부사장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가정보원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조사한 산업기술 해외유출 현황을 보면 적발건수는 104건이고 반도체 분야는 30건(28.8%)이었다. 해외유출 104건 피해액은 25조원대에 달한다.
새롭지 않은 정부 인재 수급 계획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재 양성 계획이 의지의 표현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잘 키워야 한다'는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반도체 계약학과 및 계약정원제, 특성화 대학, 아카데미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학사급 실무 인재를 올해 기준 약 3만명, 석·박사급 고급인재를 각각 약 3700명 양성한다고 밝혔다. 또 실전 역량을 갖춘 설계 인재를 양성하는 내 칩(My Chip) 서비스도 올해 6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기존에 나온 발표 내용을 정리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양성 계획만 놓고 보면 실현 가능한 건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액션보다는 정부가 반도체 인력 필요성을 갖고 지원하겠다는 움직임 정도로 보는 게 적당하다"고 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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