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트럼프 2기' 시나리오 주판알…"재정적자·채권 발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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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 결정의 주요 분수령이 될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가 23일 열린 가운데 월가에서는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경선에서 공화당 대세론을 굳힌 뒤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미국 경제와 자산시장에 미칠 여파에 대해 본격적으로 주판알을 튀기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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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채권 금리 상승 전망
감세 등 확장재정 기조에 '채권 발작' 우려도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 결정의 주요 분수령이 될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가 23일(현지시간) 열린 가운데 월가가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시나리오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경선에서 공화당 대세론을 굳힌 뒤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미국 경제와 자산시장에 미칠 여파에 대해 주판알을 튀기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채권 시장에 '발작(tantrum)'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TD증권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는 상황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하원 다수당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봤다.
겐나디 골드버그 TD증권 미국 금리 전략 수석은 "역사적 경험에 비춰봤을 때 경제 상황이 개선된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비경제적 요인과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와 의회의 통제권 분할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법인세가 여전히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로 주식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투자자 메모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회사는 "2024년 미국 대선이 잠재적으로 중요한 시장 이벤트가 될 수 있다"며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달러 가치와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7시 시작한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이후 13시간 동안 달러 가치는 다른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정상적인 수준의 변동성을 넘어선 이례적인 수준이었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진단이다. 도미닉 윌슨 골드만삭스 글로벌 시장 조사 그룹 선임 고문은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글로벌 정책이 달러 가치를 추가로 상승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앞서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7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전 행정부의 경제, 세제, 이민 정책을 치켜세우며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더 존중하지 않는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월가가 2기 트럼프 출범 시나리오를 살피기 시작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채권 시장을 비롯해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PGIM의 길레르모 펠리스 수석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시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와 관련된 위험, 예컨대 감세나 국방 예산 증가와 같은 재정 확장 기조, 군사적 갈등 고조 등에 대해서는 상당히 안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미국의 재정적자 위험은 시장이 다시 한번 받아들여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인하했고 이를 다시 15%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감세 기조는 고질적인 미국 재정적자를 더욱 확대하고 '공급 폭탄' 수준인 미 국채 발행을 늘려 국채 가격을 크게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과 채권 등 안전자산 모두 지난해보다 훨씬 더 어려운 한 해를 겪을 가능성도 크다고 펠리스 전략가는 전망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하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 10%포인트 인상, 러시아·북한 문제 등 외교 정책의 급진적인 기조 변화도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봤다.
CNBC는 "시장은 대부분 단기 경제 데이터와 이것이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경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집중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지정학적 분석을 통해 오는 11월 대선과 그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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