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강화 ‘내로남불’ 되어서야 [기자수첩-금융증권]

금감원·거래소 임직원 47명 무더기 제재
금융투자상품 매매제한 위반…업계 눈총
도덕적 해이 방지·공정성 회복 노력 필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데일리안 DB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임직원들이 무더기 과태료 제재를 받았다. 과태료 제재를 받은 인원은 금감원 직원 8명, 거래소 임직원 39명 등 총 47명에 이른다. 부과된 과태료의 합은 7660만원으로 인당 평균 160만원 정도며 최고 금액은 750만원에 달한다.

제재안 의결 명목은 ‘금융투자상품 매매제한 위반’이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회사 임직원이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는 경우 계좌 개설 사실 및 분기별 매매명세를 통지하고 자기의 명의로 하나의 증권사 및 하나의 계좌를 이용해야 하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매분기 별로 금융투자상품 거래 내역을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이번 위반 행위들은 신고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 20차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의사록이 최근 공개되며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로부터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크게 들린다. 지난해 말이면 한창 당국이 업계 불공정거래 이슈 관련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오고 있던 때이기에 더더욱 앞뒤가 다른 행동을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은 이번 상황을 바라보는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과태료 제재 건이 ‘내부통제 미흡’과는 결이 다르단 입장이다. 금감원은 내부감사를 통해 직원들의 매매 제한 위반 행위를 적발했고 증선위에 제재안을 넘긴 주체도 자신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설명에도 금융당국은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필요성에 직면하게 됐다. 증권사들이 준법감시 기관을 통해 직원들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는 것과 달리 금감원에선 직원들이 내부 시스템을 통해 입력한 거래내역을 토대로 사후적으로 감사하는 등 상대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행위 여부를 떠나 위법 행위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회의 의사록을 살펴보면 직원 A씨는 자본시장법 위반에도 유권해석 회신문을 들어 반박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 새로 부임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고 금융투자협회장도 신년간담회에서 이를 가장 먼저 언급하는 등 업계가 불공정거래를 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라는 점도 금융당국의 긴장감을 더욱 높여야 하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도덕적 해이 방지와 공정성 측면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세심하게 돌아보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