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 시계, 종말까지 90초…"핵위협·AI·기후변화가 요인"
지구 종말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지구 종말 시계’의 초침이 지난해와 같은 ‘90초 전’으로 결정됐다.
미국 핵과학자회(BAS,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23일(현지시간) ‘지구 종말 시계’에서 종말을 의미하는 자정까지 남은 시간을 ‘90초’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BAS는 2020년부터 초침을 자정 100초 전으로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 90초로 당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 사용 우려가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올해 시계를 자정 전 90초로 설정한 근거로 핵 위협, 기후 변화에 대한 부족한 조치, 인공지능(AI)과 새로운 생명 공학의 오용 등을 들었다.
레이첼 브론슨 BAS 회장은 “전 세계 분쟁 지역은 핵 확산 위협을 안고 있고, 기후 변화는 이미 죽음과 파괴를 야기하고 있다”며 “AI와 생물학적 연구와 같은 파괴적인 기술은 안전장치보다 더 빨리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핵 위험이 상존하게 된 것도 고려됐다. 브론슨 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은 요원해 보이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은 여전히 심각한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며 “지난 1년 동안 러시아는 수많은 우려스러운 핵무기 사용 신호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브론슨 회장은 “핵보유국으로서 이스라엘은 분명 지구 종말 시계와 관련이 있다”며 “특히 이 지역에서 분쟁이 더 광범위하게 확대돼 더 큰 전쟁이 일어나고, 더 많은 핵보유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2023년 지구는 기록적으로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도 계속 증가하면서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며 “전 세계와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는 기록을 경신했고, 남극 해빙은 위성 데이터가 등장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신규 투자가 1조 70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화석연료 투자가 이를 상쇄했다고 덧붙였다.
AI의 발전 속도에 비해 규범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더디다는 점도 언급했다. BAS는 “AI가 잘못된 정보를 확대하고 민주주의가 의존하는 정보 환경을 부패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세계가 핵 위험, 전염병 및 기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시계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주요국 간의 대화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BAS는 “미국·중국·러시아가 각각의 글로벌 위협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러한 위협들은 어떤 국가나 지도자도 통제할 수 없는 성격과 규모다. 공동의 행동을 요구한다는 믿음으로 지도자들과 국가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인슈타인 주축으로 설립…2007년 ‘기후’ 등장
BAS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로버트 오펜하이머 등을 중심으로 1945년 설립됐다. ‘지구 종말 시계’는 2차 대전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이후 핵무기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1947년 만들어졌다.
1947년 설정된 시간은 ‘자정 7분 전’이었다. 그러나 1949년 소련이 첫 핵실험을 하면서 3분으로 줄어들었고, 1953년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하면서는 2분으로 줄어들었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이 다시 늘어나기도 했다. 1991년 냉전 종식으로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은 17분 전까지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 2007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점차 5분으로 줄었다.
시간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줄곧 핵이었으나, 2007년 처음으로 기후 변화가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특히 2015년에는 BAS가 남은 시간을 3분으로 줄이며 그 주된 이유로 기후 변화를 꼽았다.
이후 핵무기 위협과 기후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2019년 시계는 자정 2분 전으로 설정됐으며 2020년에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 등을 이유로 자정 전 100초로 이동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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