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이 기업 상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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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네요." 오랫동안 거시경제를 분석해온 이코노미스트인 그는 다 식어버린 커피잔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침묵하다가 어색하게 답변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정부의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에 대통령 답변의 한 대목은 이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증시 상장기업의 기업가치와 전체 시장의 가치 지표가 외국 증시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일련의 현상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200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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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상속세제를 완화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Korea discount)'가 근본적으로 해소될까요?"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네요." 오랫동안 거시경제를 분석해온 이코노미스트인 그는 다 식어버린 커피잔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침묵하다가 어색하게 답변했다.
2024년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국민들과 공유하는 자리(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회자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정부의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에 대통령 답변의 한 대목은 이랬다. "소액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과도한 세제들을 개혁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증시 상장기업의 기업가치와 전체 시장의 가치 지표가 외국 증시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일련의 현상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200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8~0.89배로 미국의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PBR의 4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한국 주식시장의 한계를 분석할 때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간 학계와 업계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요인'과 후진적 지배구조, 미미한 주주환원 정책, 불투명한 회계, 신뢰도 낮은 공시, 높은 비중의 개인투자자 등 '구조적 요인'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요인으로 지목해왔다. 이들 요인은 수많은 분석 보고서와 논문 그리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투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립된 기준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정학적 요인의 경우 지정학적 위험지수(GPR·geopolitical risk index)와 세계평화지수(GPI·Global Peace Index)를 이용하는데 한국의 GPR은 주요 43개국 중 10위로 위험이 높은 국가에 속하고, GPI도 상위 25% 수준으로 비교적 위험이 높은 국가다.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은 통상적인 개념과 전제를 흔들었다. 대다수의 거시 전문가들조차 과도한 상속세제가 한국 증시 저평가의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대통령의 진단을 두고 쉽사리 분석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발언 이후 1주일이 흘렀지만, 상속세에 초점을 맞춰 전망을 내고 영향을 분석하는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호사가들 사이에서 인과 관계를 따지기 어려운 두 가지 사안을 연계한 무리수라는 지적만 잇따르는 정도다. 뒤늦게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주워담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비판의 빌미만 제공한 꼴이 됐다.
한쪽에선 '상장기업 대주주가 과도한 상속세제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고 하는 탓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금융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위적인 주가 관리 또는 조작은 시장교란행위에 속해 법률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꼽히는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어설픈 진단은 치명적 처방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기업 상속세-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인과관계를 궁극적으로 정립하지 못하면 이번 진단은 '견강부회(牽?附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어설픈 진단으로는 오래 묵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임철영 경제금융부 차장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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